“의원 · 부처 반대” “이념 달라”

18개 상임위 중 하나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붙잡아 결국 폐기직전에 놓인 법안이 20대 국회에서 9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반대하거나 일부 의원이 지역구 등 이해관계를 고려해 막아선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야간 이념차이에 따라 심사 자체를 차단한 경우도 있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악용한 월권사례들이다.

29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다른 상임위에서 법사위로 올라와 계류돼 있는 법안이 모두 91건에 달한다. 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되면 법사위에 제출되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곧바로 상정, 통과시켜 본회의에 올리거나 법 체계·자구를 심사하도록 제 2 법안소위에 넘기게 된다. 법안소위의 체계·자구 심사 후 전체회의에서 통과하면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률안 중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는 법안이 19개다. 또 전체회의에는 상정됐으나 2소위로 넘기지 않고 잡고 있는 게 24개였다. 2소위에 올렸지만 체계 자구 심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있는 법안은 48개나 됐다.

예산, 세제 등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가 이견을 제시해 법사위에 묶여 있는 법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춘숙 의원의 한부모가족지원법 일부개정안은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우리나라 국적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에도 지원대상에 포함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생계급여와 아동양육비의 동시지급 △추가아동양육비 지급대상을 ‘아동을 양육하는 청소년 한부모’에서 ‘아동을 양육하는 29세 이하의 모 또는 부’로 확대 등을 담았고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기재부가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법사위 전문위원은 “체계와 자구에 관해 검토한 결과 경미한 자구 수정 외 별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지만 기재부는 연 910억원의 추가예산과 부정수급 리스크 확대 문제를 들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이 법안은 현재까지 잠자고 있다.

국회 사무처 핵심관계자는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정부부처가 법사위에서 이견을 내고 이를 관철해 통과를 막는 것은 일종의 월권”이라며 “상임위 단계에서 의견을 충분히 내야 하고 그렇지 못했을 경우엔 대통령 거부권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요 포커스 | 강해지는 법사위의 '상원' 역할]'부처·의원 이해관계' 따라 법사위 상정 차단" 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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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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