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기숙사생·영어강사 7000여명 검사

요양병원·유흥업 종사자, 2차 대상 검토 중

"무증상 감염 급증, 공격적 선제검사 필요"

서울시가 코로나19 선제 검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조용한 전파의 핵심인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내려는 시도가 감염병 통제에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기숙사를 운영중인 서울시 내 62개 중고교 6207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고 5월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각 학교 운동장에 이동형 워킹스루 선별진료소가 설치된다. 시립병원 의료진이 검사에 투입되며 3일부터 12일까지 집중 검사가 이뤄진다. 빠른 검사를 위해 집단검사기법을 활용한다. 5~10명 검체를 섞어서 검사한 뒤 양성이 나오면 전원 개별검사를 실시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학원을 다니던 고등학생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목동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31일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고등학생 A군 누나가 전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A군은 음성이 나왔다. 31일 오후 목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영어유치원 강사들도 선제 검사 대상이다. 서초구 내 영어유치원 24곳 강사와 차량 운전자 등 595명이 1일부터 10일까지 전수 검사를 받는다. 유치원별로 날짜를 정해 서초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한다.

그간 보건의료 관계자와 지자체 현장 담당자들 사이에선 선제 검사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확진자가 줄어들고 감염병이 통제권 안으로 들어온 듯 보이면서 예방적 대책인 선제검사는 순위 밖으로 밀렸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0일 젊은층을 중심으로 무증상 감염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 하에 선제검사위원회를 꾸렸다. 의료진 3명, 시 관계자 등 10명이 참여한다. 그간 경험, 역학조사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고위험군을 발굴, 검사 대상 집단을 선정한다. 이번 기숙사생, 영어학원 강사 대상 검사는 위원회 제안으로 성사된 첫번째 조치다. 시 관계자는 "7000여명에 달하는 대규모 검사로 등교 개학 이후 학생들이 감염 노출을 차단하고 학부모들 불안을 해소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 확산 정도, 통제 가능 수준 등을 감안하겠지만 시는 향후 선제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에 실시하는 첫번째 선제검사 효과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가 계획하는 다음 선제검사 대상은 요양병원이다. 종사자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요양병원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명률 높은 고연령 환자, 폐쇄적 공간 등 감염병 위험이 가장 높은 곳으로 분류됐다. 이때문에 전면적 전수 검사가 이미 한차례 실시됐지만 조용한 전파 확산 국면을 맞아 또다시 검사가 추진된다.

요양병원에 이어 추가 선제 검사가 필요한 고위험군으로 유흥업 및 주점 종사자가 꼽힌다. 이태원 클럽 관련에 이어 홍대, 신촌, 성동구 등 시내 곳곳 주점과 음식점에서 종업원들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대상이 너무 광범위한 점 등 어려움이 많아 계속 검토 중이라는 게 시 관계자 설명이다.

일각에선 집단검사기법을 활용해 더 공격적인 선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등교 개학을 앞두고 고3에 대해 선제 검사를 했더라면 불안도 줄이고 개학으로 인한 감염 확산 위험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조용한 전파가 현실이 됐고 무증상·경증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고위험군 발굴과 그에 따른 선제 검사를 공격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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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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