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만 특혜성 공시비율 80% 적용, 땅값보다 낮은 집값 ‘모순’

감사원 적발하고도 지적안해 … “국토부에 면죄부 준 감사”

2005년 참여정부는 부동산투기 근절 일환으로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에 대한 가격공시제도를 도입했다. 이전까지 토지에 대한 공시가격, 즉 공시지가만 있었다. 주택가격을 공시해 종합부동산세의 부과근거로 사용하고, 재산세 과세표준도 현실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거래관행을 반영해 토지와 건물을 일괄로 합산해 공시하는 체계로 바꾸는 과정에서 주택가격이 기존 과세표준보다 크게 상승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때 국토교통부는 인위적으로 주택공시가격을 낮추기 위해 ‘공시비율’이란 항목을 만들어 산정된 가액에 80%를 곱했다. 문제는 공시비율이 부동산가격 공시관련 법령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또한 토지에 대해서는 공시비율을 적용하지 않는다.

법적 근거도 없는 공시비율 80%가 주택에만 적용되면서 공시지가와 주택공시가격 사이에 기형적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됐다. 토지와 건물을 합산한 주택공시가격이 토지 공시지가 총액보다 더 싼 현상이 그것이다.

일례로 토지산정가액이 10억원이고 건물산정가액이 2억원일 때, 주택공시가격은 12억에 80%를 곱해 9억6천만원이 된다. 토지가액 10억원보다 4천만원이 더 싸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과 2월에 표준지와 표준단독주택의 현실화율이 각각 65.5%와 53.6%라고 발표했다. 주택에만 공시비율이 적용되다보니 당연하게 나타난 현상이다.

감사원이 지난 5월19일 부동산가격공시제도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결과에 따르면, 전국 390여만호 단독주택 중 30%인 117만여호에서 토지와 주택을 합한 가격이 토지가격보다 싼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가격공시체계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이 만천하에 폭로된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어찌된 일인지 국토부의 주택가격 축소공시를 적발하고도 그대로 넘어갔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서 “개별공시지가와 달리 개별주택가격은 지자체에서 산정한 가격에 국토부가 정한 공시비율을 곱한 가격을 공시하고 있으며, 2005년 주택공시업무 도입시부터 관계기관 회의를 통해 공시비율을 80%로 결정해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국토부 ‘80% 공시비율’ 적용의 법적근거가 무엇인지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시정조치를 권고하지도 않았다. 대신 감사원은 ‘80% 축소공시를 100% 로 공시해도 22만여호에서 역전현상이 나타난다’며 지엽적인 부분을 문제 삼았다.

국토부는 감사원이 지적하지도 않은 부분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와 같은날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역전현상은 그동안 주택공시가격에 적용해 온 공시비율로 인해 발생했던 것으로, 2020년 공시가격부터 공시비율 적용을 폐지해 점진적으로 개선 중에 있다”며 “한 번에 개선할 경우 주택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토부 발표와 달리 2020년 표준단독주택 상승률은 전국 평균 4.47%로 토지 상승률(표준지 6.3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무엇을 개선했는지 의문이 이는 대목이다. 과세 기준이 되는 주택공시가격을 국토부가 법적 위임도 없이 임의대로 조작하는 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경실련은 지난달 21일 “국토부가 산정가격에 80% 공시비율을 적용해 117만 호 공시가격을 조작 책정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봐주기 감사”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는 부동산가격공시제도 도입 이래 최초 감사로 의의가 있다”며 “공시비율 80% 적용은 정책적 판단에 관련된 것이라 감사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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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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