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CAC 도시정부 시장회의서 제안

런던·모스크바 등 참석, 서울선언문 채택

K방역이 코로나와 싸우는 세계 나라들 모델로 주목받는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 간 국제기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2일 밤 서울시청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CAC(Cities Against Corona) 글로벌 서밋 2020, 도시정부 시장회의에서 '팬데믹 시대, 도시의 위기를 극복할 서울의 제안'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뒤 가칭 CAAP(Cities Alliance Against Pandemic) 라는 이름의 국제적 도시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감염병 분야 최초의 도시 간 국제기구다.

박원순 시장이 2일 열린 CAC 글로벌 서밋 2020 도시정부 시장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제공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도시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 세계 도시에 적용 가능한 감염병 대응 모델을 만들자는 취지다.

LA 런던 모스크바 등 이날 참석한 도시대표들은 화상회의가 끝난 후 서울선언문을 채택, 도시 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서울선언문에는 △화상회의 감염병 조기 인지와 선제적 대응을 위한 협력 △도시정부 간 감염병 정보 공유와 공동실천 △감염병 위기시 인·물적 자원 신속지원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도시 간 인적 교류 △사회·경제적 위기극복을 위한 도시 간 자유로운 이동 및 경제활동 지원 등이 담겼다.

박 시장은 자신의 제안과 관련 3일 오전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영국 런던을 비롯한 많은 도시들이 동의해줬다"며 "좀 더 구체적 논의를 거쳐 세계적인 도시방역 협의체를 만들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도시간 사례 공유를 넘어 상설기구 설립까지 논의된 배경엔 서울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있다. 서울시 방역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하는 도시들이 급증하자 시는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었다. 이후 문의가 폭주한 것은 물론 해당 플랫폼 방문자가 두달 새 700만명을 넘겼다.

박 시장 기조연설 뒤에는 세계 주요도시들의 코로나 대응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 4월 한국산 진단키트를 직접 구매해 화제가 된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가 화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응사례를 소개했다. 이 외에도 사디크 칸 영국 런던 시장, 아니스 바스웨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세르게이 소바닌 러시아 모스크바 시장도 도시 사례를 발표했다.

참석 도시들의 호응이 큰 만큼 국제기구 설립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를 주최하고 타 도시들이 주목하는 모범적 방역을 실시한 서울시가 기구 설립에 주도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국제사회적경제협의체(GSEF), 세계스마트시티기구(WeGO) 등 도시중심 국제기구 설립을 주도하고 이끌어 온 경험이 있다. 박 시장은 현재 이들 기구 외에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지방정부 네트워크인 시티넷(CITYNET)까지 3개 단체 의장직을 동시에 맡고 있다.

한편 서울시가 감염병 위기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등을 주제로 개최한 온라인 국제회의 CAC 글로벌 서밋 2020은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다. 3일차인 3일 오후 9시에는 시민참여 세션이 열린다. 면 마스크 제작, 취약계층 도시락 배달 등 시민들이 앞장서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하고 이웃을 돌본 사례가 세계에 소개된다. 시민사회단체, 마을공동체 등 국내 시민사회 전문가·활동가들이 시민 주도로 이뤄진 다양한 코로나19 대응 사례도 발표한다.

오관영 서울민주주의위원장은 "서울시 CAC 글로벌 서밋의 시민참여 세션은 '시민이 백신'이라는 서울시의 감염병 대응 철학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이제형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