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시제도 변화과정 이해못한 탁상행정" … 매년 250억원 검증예산 낭비 의혹 감사해야

"대도시부동산은 ‘대충’ 지방은 ‘촘촘히’ 평가" 에서 이어짐

이러한 권고는 단독주택에서도 동일하다. 감사원은 서울시 표준주택을 2만1천호에서 6천여호로 무려 69.0% 축소하라고 했다.

반면 강원도는 1만3천여호에서 2만여호로 증가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단독주택 1천호당 표준주택 수는 현재 서울과 강원도가 각각 66개와 56개인데, 바뀐 기준에서는 20개와 87개가 된다. 강원도가 서울보다 4배 이상 많다.(표2 참조)


◆표준부동산 오류는 국토부 직무태만 증거 = 표준지와 표준주택의 교체는 이를 직접 사용하는 개별토지와 개별주택의 공시가격을 대폭 바뀌게 한다. 한 익명의 전문가는 "가격수준 같은 중요한 요인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통계상의 가격편차만을 고려하면 강원도처럼 가격편차가 큰 곳은 지나치게 많은 표준부동산이 배분되는 결과를 낳는다"며 "감사원 권고는 개별부동산가격산정에서 고가부동산은 대충 대충하고, 저가부동산은 촘촘히 하라고 주문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전문기관인 한국감정원과 국토연구원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불과 3년전 한국감정원에 의뢰한 연구결과에서는 표준부동산 지역배분이 감사원 보고서 내용과 전혀 달랐다.

앞의 전문가는 "제한된 인력과 예산을 가격이 높고 이의제기가 많은 서울보다 강원도에 더 많이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지난 30여년간 공시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개선되어 왔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료의 탁상행정"이라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심지어 국토부는 훈령에 따라 매년 표준지와 표준주택을 담당하는 기관에게 표준부동산 교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해 분포를 조정해 왔다. 감사원 권고는 국토교통부가 직무를 태만하게 해 왔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금번 감사원의 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1필지1건물 아닌 곳까지 일치(?) = 또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개별토지와 개별주택의 특성조사 항목을 일치시키라는 주문을 했는데,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390여만호 개별주택을 대상으로 고저, 형상, 도로접면 등이 개별공시지가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한 결과 하나라도 불일치하는 경우가 총 144만건(37%)"이며 이것이 공시가격 왜곡을 초래한다고 판단했다.

앞의 전문가들은 "이 역시 현실을 모르고 내린 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단독주택이 1필지에 1동만 있고, 대지 전체를 주택으로 사용한다면 감사원의 지적이 타당하다"면서 "하지만 2필지 혹은 여러 필지에 1동의 건물이 있는 경우나 전체 토지의 일부를 주택부속토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같은 특성항목이라 하더라도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의 조사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시군구에 배포하는 '개별주택가격 조사산정지침'에는 1필지 1동이 아닌 주택을 '일단지 및 특수유형주택'이라고 하여 별도 관리하고, 토지특성조사도 유의해서 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것 다르게 평가했는데 오류(?) = '필지'단위로 조사하는 개별공시지가와 '건물의 부속토지(대지)' 단위로 조사하는 개별주택은 비록 항목이 같더라도 조사내용은 다를 수 있다. '그림1'과 같이 3필지에 1주택이 있는 경우, 고저, 형상, 도로접면은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시군구 담당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의 전문가에 따르면 조사대상 390만호 중 약 40만개 넘는 주택에서 1필지 1건물이 아니다.

서울시 토지관리과 한 관계자는 "감사원 지적은 1필지 1주택 중 토지특성이 다르게 평가된 것을 바로 잡으라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면적이 넓은 토지의 일부를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고저, 도로접면 등에서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이 서로 달라야 하는데, 감사원은 차이발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러한 유형도 전국적으로 20만개 이상이다.

앞의 전문가는 "제대로 된 감사라면 토지특성이 불일치하는 144만호 중 1필지 1건물인 주택만 항목일치를 권고해야 하는데, 이러한 사항은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하여 국토교통부는 2020년 개별부동산 특성조사에서 상호 조사내용이 불일치하면 시스템에서 경고문구가 뜨도록 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조사한 것조차 경고문구가 뜨도록 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1인당 월 5천만원 쓰며 검증작업 = 금번 감사원 감사는 개별부동산에 대한 특성조사 오류 시정을 권고했다. 용도지역을 비롯해 고저, 형상, 도로접면 등을 수정하도록 한 것이다.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군구 공무원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개별부동산가격 검증이다. 특히 단독주택은 매년 390여만호 전체를 검증하고, 이를 한국감정원이 담당한다. 검증내용은 특성조사, 비교 표준주택 선정, 비준표 적용 등의 오류를 찾아 수정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 4년 동안 약 45만호에 대해 특성조사 오류가 발견돼 수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가 발간한 부동산가격공시에 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개별주택 산정가격 검증은 2019년 2월 11일부터 3월 13일까지 약 한달간 한국감정원 직원 460명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이를 위해 지불한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약 250억원 정도이다. 4년간 무려 1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것이다.(표3 참고)

개별주택가격 조사상의 오류를 수정하기 위해 매년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검증을 해 왔는데도 특성조사에 오류가 많다면, 개별주택가격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부터 감사했어야 한다. 하지만 감사원의 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없다.

1개월의 검증시간과 460명의 검증인력을 감안할 때 250억원이라는 검증예산이 과연 적절한가도 의문이다. 시군구가 산정한 개별주택 가격산정 결과를 현장조사 없이 서면으로 검토하는데, 1인당 1개월에 5천만원 이상의 예산을 쓰고 있는 셈이다. 이마저도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시간은 2주 남짓이라고 한다. 1일당 약 400만원이 넘는 액수이다.

감사원은 이런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한 국토부와 한국감정원의 예산낭비도 지적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 부동산가격공시제도 감사 논란"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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