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근 국방연구원 감사

쏜턴 교수는 6.25전쟁에서 미국과 소련이 추구한 실제 목표는 미중격돌이었으며, 남북통일은 명목상의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트루먼과 스탈린이 미중격돌을 겨냥해 6.25전쟁을 준비하고 지도했다는 것이다.

쏜턴은 트루먼이 미군 재무장 차원에서 한반도에서 미중격돌을 염원했다고 주장했다. 트루먼, 에치슨과 같은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6.25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미중격돌이며 남북통일이 아니라고 언급했거나 암시한 바 있다면 이 같은 쏜턴의 주장이 보다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들이 이처럼 말했을까?

미국의 저명 언론인 스톤(I. F. Stone)은 한반도전쟁이 가능한 한 장기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트루먼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언급했음을 『6.25전쟁 비사(The Hidden History of the Korean War)』라는 제목의 1952년 저서에서 지적했다. 스톤은 이 같은 의미의 비공식 발언에 관해 이 책의 1개 장을 할애해 상세히 거론했다.

트루먼 유엔군 조기승리 가능성 크게 우려

예를 들면, 스톤은 인천상륙작전에서 일대 승리 이후 트루먼이 유엔군 조기 승리 가능성을 매우 우려했음을 보여주는 1950년 9월 22일자 뉴욕타임스 보도를 인용했다. 당시 트루먼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만간 완승이 예상된다. 유엔군이 쉽게 승리하는 경우 미군 재무장을 저지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미국 내부에서 진행될 것이다. 유엔군이 쉽게 승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할버스탐(David Halberstam)의 『가장 추운 겨울(The Coldest Winter)』이라는 책에 따르면 마샬(George C. Marshall) 국방부장관은 미국인들이 냉전의 위험을 절감하도록 한반도전쟁이 장기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에치슨: 미국의 세계를 창안해낸 미 국무장관(The Secretary of State Who Created the American World)』에서 찬스(James Chance)는 1950년 11월 24일 시작된 유엔군 크리스마스 공세에 대항한 중공군 반격이 시작된 지 불과 이틀이 지난 11월 30일 트루먼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후 미군 재무장에 필요한 재원을 승인해주었다고 말했다.

또한 찬스는 한반도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한 목표가 남북통일이 아니었음을 암시했다. 이 책에 따르면 "맥아더에게 미국이 추구하는 목표가 남북통일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38선 부근에서 전선을 정착시킨 후 휴전협정을 체결하면 미국 입장에서 좋지 않은가"라는 에치슨의 1950년 11월 30일 질문에 마샬 국방부장관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모두 공감을 표명했다. 에치슨 제안에 따라 유엔군은 그 후 곧바로 후퇴해 38선 부근에서 2년여 동안 치열하게 싸웠다.

6.25전쟁 당시 왜 트루먼은 유엔군이 남북통일을 추구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했을까? 왜 오늘날 미국 전문가들은 6.25전쟁에서 미국이 남북통일을 추구했다고 말하는 것일까?

쏜턴 교수가 암시했듯이 6.25전쟁 당시 미국이 공산세력 봉쇄에 필요한 미군 재무장을 위해 한반도에서 장기간 동안 치열히 싸우고자 한다고 말했다면 한국과 여타 유엔참전국 반응은 어떠했을까? 6.25전쟁에서 미국이 추구한 목표가 남북통일이 아니고 미중격돌이었다고 말하면 오늘날 한국인들 반응은 어떠했을까? 더 이상 외세에 의해 한반도가 희생되는 현상을 방지하고자 한다면 국가안보를 자주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미국 소련 자국 이익 추구에 몰두

하버드대학 교수 다이아몬드(Gerald Diamond)는 2019년 출판된『대변동(Upheaval)』에서 거의 모든 일본인이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을 미국이 유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인들이 이 부분과 관련해 미국에 불만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미일관계는 매우 돈독한 듯 보인다.

미국이 6.25전쟁에서 자국 이익을 전적으로 추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한국이 많은 피해를 입었음을 암시하는 쏜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6.25전쟁과 관련해 한국인들이 미국에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자국의 국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면 6.25전쟁에서 미국의 노력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한국인들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소련은 몰라도 우리 동맹국인 미국조차 자국 국익을 위해 6.25전쟁에서 한국을 희생시켰다는 쏜턴의 주장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으며, 국익만이 영원하다는 영국의 유명한 어느 외교관의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쏜턴 교수의 주장은 물론이고 관련 자료는 6.25전쟁이 미소의 국익 추구 목적이었음을 암시해주고 있다. 프로이센의 군사전략가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을 정치의 연장이라고 말했는데 6.25전쟁은 대표적인 사례로 보인다.

["70주년 맞이하는 6.25에 대한 재해석"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