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주요 정당들 온라인투표 통해 효용성 이미 확인

지도부·비례대표 후보 토론·투표, 당 통합·재신임 등에 활용

민주당, 온라인전당대회 준비 … 토론·반영 쌍방향 소통 과제

정당과 당원들의 간격이 좁아지고 있다. 정당 지도부와 국회의원에 쏠려 있던 권한이 당원들에게 분산되는 '정상화'가 진행 중이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컨벤션센터까지 버스타고 와서 당대표,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식의 '일회성' 으로 '동원'되는 수동형의 당원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총선을 치르면서 온라인을 통한 당원들의 의견수렴이 진행되기도 했다. '비접촉 정치(Untact Politics)'가 정당 운영을 빠르게 바꿔놓고 있다.

"민주당 전대준비위 가동합니다" |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해찬 대표, 안규백 위원장 및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11일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해찬 당대표가 이번 8월말에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현재 구축된 플랫폼정당으로서의 온라인을 최대한 적극 활용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온라인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직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어느 수준까지 온라인화할 것인지를 결정하지는 않았고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만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획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전당대회준비위 첫 회의에서 이 대표는 "보다 현대화된 당으로 거듭나야하는 중요한 전당대회"라며 "여러 랜선(온라인투표) 방식을 우리도 도입해야 할지 모르는 전당대회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플랫폼을 잘 구축해놔서 여러 방식으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첫 비접촉 전당대회 시도 = 코로나19 사태가 전당대회때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당원, 대의원들의 투표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정견발표, 후보자간 토론 등도 홈페이지나 민주당 유튜브 '씀'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후보자들이 직접 당원이나 대의원을 접촉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부정적인 시각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미 구축된 온라인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과 유튜브 등이 뜨겁게 달궈지면 국민들의 관심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민주당은 내다보고 있다. 첫 온라인 전당대회가 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해찬호 출범이후부터 당대표 출마공약에 따라 '온라인플랫폼 정당'을 만들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를 개편해 당원들의 가입과 탈퇴, 토론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요 정책에 대한 제안과 투표 시스템, 교육프로그램도 구축했다. 원하는 지역위원회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다.

◆이미 경험한 온라인투표 = 온라인투표 경험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도됐다. 2017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재신임을 묻는 전당원투표는 ARS(자동응답전화기)와 함께 K보팅(중앙선관위의 온라인투표시스템)이 동원됐고 선거인단 26만437명 중 23.0%인 5만9911명이 참여했다.

2018년 민주당 전당대회, 2019년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전당대회에서도 당원대상 모바일 투표가 반영됐다.

언택트 총선 과정에서는 녹색당과 정의당, 열린민주당이 온라인 토론과 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뿐만 아니라 순번까지 정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를 온라인투표로 물었다. 또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과의 합당도 별도의 전당대회 없이 온라인투표로 결정했다.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 78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투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지도부를 뽑는 것도 아니라 참여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하고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20%이상이 참여해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무됐었다"고 말했다.

오는 8월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은 정책토론을 활성화하고 주요 현안을 투표에 부쳐 '당원들의 정당'으로 만드는 쪽으로 온라인플랫폼을 강화할 생각이다. 또다른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현재 토론에 참여하는 당원은 전체의 10분의 1인 1만명도 안된다"면서 "아직 토론이나 정책제안이 활성화됐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지역위원회도 지방의회가 있으니까 적극적인 의견개진이나 토론이 돼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면서 "지역, 연령, 직업 등에 맞게 맞춤형 정보를 당원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의견을 모으는 등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지층의 게시판 점령 = 민주당 게시판이 적극 지지층에 의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 민주당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치중된 의견이 민주당 의원들의 의사결정이나 의정활동에 영향을 미쳐 편향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의원들이 지지층의 게시판 내용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의견을 개진하는 일부 당원들의 생각이 전체인양 비쳐지는 것을 벗어나려면 좀더 많은 당원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처음 만들때부터 게시판이 일부 세력에 의해 점령되는 부분을 염려하기는 했지만 불가피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당원들의 이러한 활동도 당에서 수용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정당을 활성화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참여에 따른 효용감이다. 당원으로서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한 결과가 입법이나 정당 운영에 반영되는 피드백 등 쌍방향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당대표가 바뀌더라도 변하지 않는 정당 운영정책으로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앞의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당대표의 관심에 따라 온라인 정당으로서의 역할이나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미 시스템이 구축됐고 여러 차례의 시범운영으로 효과성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언택트 폴리틱스 시대의 도래" 연재기사]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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