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 소음과 진동 원인
선박추진도 방해
캐비테이션 현상은 물의 상태 변화와 관련이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액체상태의 물이 기체상태로 변하는 것이 끓는(boiling) 현상이라면 캐비테이션은 물의 온도가 일정할 때 물의 압력이 감소하면서 액체상태의 물이 기체상태로 변하는 현상이다.
파이트나 노즐 등 관내 유로(물이 흐르는 곳)의 직경이 급격히 좁아지는 곳에서 유체 속도가 빨라지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기포가 발생하게 되고, 다시 유로가 넓어지게 되면 기포 주변의 압력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발생했던 기포가 붕괴하게 되는데 이 역시 캐비테이션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캐비테이션 현상은 물과 같은 유체가 빠른 속도로 운동할 때 유체 내 압력이 증기압 이하로 낮아져서 액체 내에 증기 기포가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유체기계에서 많이 발생한다.
◆잠수함 발생 캐비테이션은 치명적 위험 = 캐비테이션으로 인해 발생한 기포는 주변 낮은 압력에서 성장을 하다가, 어느 순간 높아진 주변 압력으로 인해 내폭(implosion)한다. 내폭으로 생긴 에너지는 주변으로 전파되고 강한 소음과 진동을 동반해 주변 물체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유체가 작동하는 파이프 노즐 펌프 등을 설계할 때는 캐비테이션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캐비테이션 현상을 산업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초음파가 유체로 전파될 때 초음파의 큰 압력 변화에 따라 미세한 기포군이 생성-소멸되는 캐비테이션 현상을 발생시키고 순간적으로 큰 압력과 고온현상을 동반하게 된다. 이런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 초음파 세탁기다. 치과 스케일링 장비도 캐비테이션 원리를 활용하고 있다.
선박의 프로펠러(추진기)는 추력을 얻기 위해 배의 뒤쪽을 향하는 날개면 압력이 배의 앞쪽을 향하는 날개면 압력보다 높도록 설계 된다. 물을 밀어내는 면은 압력이 높아지고 물을 빨아들이는 면의 압력을 낮추어 날개 앞면과 뒷면 압력차로 전진방향으로 추진력을 얻게 된다. 큰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배의 앞쪽을 향하는 날개면 압력이 아주 낮아야 하기 때문에 증기압 이하로 압력이 떨어지게 되고 캐비테이션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선박 추진기에서 캐비테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추진력이 떨어지고 큰 소음과 선체의 강한 진동원인이 된다. 강한 충격파로 추진기 날개에 침식이 발생하기도 하며 심한 경우에는 추진기 날개가 부러지기도 한다.
벌크화물이나 컨테이너를 싣고 다니는 상선은 많은 짐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용도로 쓰기 때문에 큰 추진력이 필요한데 추진기 날개에서 캐비테이션 현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선 추진기를 설계 할 때는 큰 추력을 얻는 것과 동시에 캐비테이션 현상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수다.
함정 잠수함과 같은 군사 목적의 선박은 빠르고 조용하게 이동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함정이나 잠수함의 추진기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은 일반 선박보다 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다.
◆캐비테이션 소음, 해양생태계에도 영향 = 물 속에서 전파는 멀리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음파로 물체를 탐지한다. 우리 함정의 소음을 낮추는 것은 적에게 들키지 않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함정에서 캐비테이션 발생을 억제해 추진기 소음 발생을 줄여 은밀성을 확보하는 것은 작전성능과 생존성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근 고래가 집단으로 해변으로 떠 내려와 죽었다는 해외뉴스를 종종 접할 수 있는데, 그 이유가 선박의 수중방사소음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지면서 선박 수중방사소음이 해양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됐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 선박에서 발생하는 수중방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연구와 국제적인 규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다. 국제해사기구(IMO)도 해양소음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 중이며 선박의 수중방사소음에 대한 규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 등은 해양환경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선박의 수중방사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선박 수중방사소음의 주 원인은 선박 추진기에서 발생하는 캐비테이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상선의 수중방사소음을 줄이기 위한 연구도 최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도 캐비테이션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구소는 2009년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저소음 대형 캐비테이션터널을 완공해 추진기 캐비테이션 모형시험 등을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하는 잠수함에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의 캐비테이션 저감기술이 적용된다. 특히 캐비테이션을 줄이면서 동시에 선박 추진효율도 높이는 두 가지 목표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가 가진 장점이다.
공동기획 내일신문·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설한신 연구원·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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