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가 다시 번지는 제2의 팬더믹이 가시화되고 있다. 하루 신규 감염자가 4만명대를 넘어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또 미 전역 50개주 가운데 41개주에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들이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는 지역이 41개주로 늘어나고 그중 14개주는 심각해져 오픈확대를 중지하거나 일부를 다시 폐쇄하는 후퇴조치를 취하고 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주가 연일 새 환자들이 최고치를 갱신하자 술집과 해변 등을 다시 폐쇄하는 후퇴를 선택했고 개방단계 확대를 중지한 주들도 10개주로 늘어나고 있다.

마스크 고쳐 쓰는 펜스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텍사스 대학 댈러스 캠퍼스의 메디컬 센터에서 그레그 애벗 주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장을 떠나기에 앞서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댈러스 AP=연합뉴스


재확산에 다급해진 트럼프 백악관의 태스크 포스도 지난 26일 두달 만에 재가동하기 시작했으나 바이러스를 경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 때문인지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공중보건 책임자들도 효율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환자들이 다시 늘어나는 지역도 있지만 대응능력도 강해졌다는 등 말장난에 그치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미국 하루 감염자 연일 최고치 =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하루 신규 감염자들은 5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3일 3만5000명에서 24일 3만7000명, 25일에는 4만1000명, 26일에는 4만3700여명, 27일에는 4만4800여명으로 연일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특히 신규 감염자와 입원환자들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주지역들은 50개주 가운데 대부분인 41개주로 급격히 늘어났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집계했다. 그중에서 텍사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등 14개주는 일주일 전에 비해 신규 감염자들이 40% 이상 급증해 심각한 상태라고 워싱턴 포스트는 우려했다. 플로리다의 경우 하루 새 환자들이 금요일에 8942명이나 보고된 데 이어 토요일에는 9585명으로 더 악화됐다.

트럼프 대선 유세 집단감염 현실화되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쪽 중앙)이 20일(현지시간)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오클라호마은행센터(BOK)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유세는 신종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다가 수개월만인 이날 재개됐으나 집단감염 우려는 낳고 있다. 털사 AP=연합뉴스


텍사스는 신규감염자들이 하루 5000명대에서 6000명대로 악화됐고 입원환자들도 5500명으로 급증했으며 검사 대비 양성비율이 11.76%로 크게 올라갔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유타 등 5개주에선 입원환자들이 급증해 병원치료 시설 확보에 다시 초비상이 걸렸다.

◆오픈 확대 중지하거나 일부 다시 폐쇄 = 이 같은 재확산 사태로 재개방 확대를 중지하거나 일부를 다시 폐쇄하는 후퇴조치를 취하는 주지역들이 크게 늘어났다. 텍사스는 술집을 다시 폐쇄시키고 식당 영업을 수용능력의 75%에서 50%로 줄이며 100명 이상 모임을 다시 금지시키는 후퇴조치를 긴급 명령했다. 플로리다는 다음 단계 오픈 확대 계획을 중지시켜 술집을 계속 폐쇄시키고 있고 마이애미 데이드 해변은 독립기념일 연휴에 폐쇄시키기로 결정했다.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건, 델라웨어, 아칸소, 루지 애나, 뉴멕시코, 아이다호, 네브래스카, 워싱턴주 등 10개 주는 거의 대분을 오픈하는 마지막 단계 진입을 중지 또는 연기시켰다. 오리건의 경우 마지막 3단계 오픈을 9월까지 지연시키기로 했다.


◆백악관 두 달 만에 태스크 포스 재가동 =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강행한 트럼프 선거유세를 취재했던 현지기자가 양성 판정을 받아 당시 마스크도 쓰지 않고 거리두기도 하지 않은 채 모였던 6000여명의 집단감염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트럼프 선거캠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확산세에 다급해져 두달 만에 지난 26일 백악관 태스트포스 브리핑을 재개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번주로 예정됐던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의 선거유세를 연기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데보라 벅스 조정관, 앤서니 파우치 국립 전염병 연구소장 등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지난 26일 두달 만에 첫 브리핑을 가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지금 순간은 분명 예전과는 다르다"면서 두달 전보다 신규 감염자들이 증가하는 지역이 크게 늘어나 우려되기도 하고 반면 예전보다는 대응능력도 강화해 놓고 있어 제2의 대확산만큼은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태스크 포스에서 데보라 벅스 조정관 등이 텍사스와 애리조나를 방문해 현장상황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보라 벅스 조정관은 "현재 텍사스, 플로리다, 애리조나, 미시시피 등의 신규감염자 급증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경보시스템을 구축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태스크포스는 최근의 신규 감염자들 가운데 절반은 35세 이하 젊은층으로 나타나고 저소득층 지역에 집중돼 있는 특성을 포착하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으면서도 개별적으로는 마스크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줄 것을 강조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전염병 연구소장은 한 집단에서 표본검사를 실시해 음성이 나오면 전체를 음성으로 간주하고 양성자가 나오면 개별검사를 실시하는 풀(Pool) 테스팅으로 전환해 신속 대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복지장관 "기회의 창 닫히고 있어" 경고 =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복지부 장관은 28일 CNN에 출연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며 우리가 행동하고 이(코로나19)를 통제할 기회의 창이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자 장관은 최근 신규 환자가 증가하는 상황에 대해 "두달 전과 아주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전보다 더 좋은 상황에 있다"거나 "두드러진 진전을 거뒀다"고 진단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발언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에이자 장관은 다만 검사 확대, 감염자의 접촉자 추적, 병원 수용능력, 마스크·장갑 등 개인보호장비 비축분, 치료법과 잠재적 백신 개발의 진전 등을 언급하며 미국이 과거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처할 준비가 더 잘 돼 있다고 말했다.

에이자 장관은 또 환자수 증가가 경제 활동을 너무 일찍 재가동한 것과 연관돼있다는 지적을 부인하면서 개개인의 부적절한 행동이 바이러스를 확산시켰다고 진단했다.

◆또 마스크 논쟁…"의무화" vs "주가 판단" =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또다시 정치적 논쟁 사안으로 떠올랐다. 야당인 민주당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주장했지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주 정부에 맡길 사안이라며 방어했다.

외신에 따르면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28일(현지시간) ABC방송에 출연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대해 이미 오래 전에 행해졌어야 할 일이라며 이에 미온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는 "내가 이해하기론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 사용을 권장하면서도 대통령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이를 의무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모범이 되라고 요구하면서 "진정한 남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에 거부감을 보이며 이를 착용하지 않아 대중에게 위험한 메시지를 준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반면 펜스 부통령은 CBS방송에 출연해 마스크 착용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격려가 부족하다는 질문을 받자 이 문제는 각 주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미국의 천재성 요소 중 하나는 주와 지방이 통제하는 연방주의 원칙"이라며 이 접근법을 취한 결과로 코로나19 발병이 심각했던 뉴욕시 지역에서 성공적 억제를 봤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또 검사의 기록적 증가가 감염자, 특히 젊은이들의 확진수 증가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을 반복한 뒤 최근 환자수가 급증한 플로리다나 텍사스 주는 5월 초에 경제정상화 조치가 이뤄졌다며 성급한 정상화 조치가 환자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펜스 부통령은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등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주에서 예정한 선거운동 관련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이번 주 이곳을 방문해 주지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은 이날 또 다른 코로나19 환자 급증 지역인 텍사스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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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