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원단·서울대 보건대학원
국내 첫 확진자·접촉자 인식 조사
확진자 60% "감염 환자 잘못아냐"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은 '완치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를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 일반인은 30.7%가, 확진자는 9.1%가 환자에게 있다고 답해, 양측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 참조>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1일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월 3일부터 17일까지 경기도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 1498명(확진자 110명, 접촉자 138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도내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를 대상으로 한 인식조사가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확진자들이 느끼는 두려움 정도를 5점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가 더 두렵다'는 점수가 3.87점으로 가장 높았다. '완치되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2.75점)보다 1.12점이나 높은 수치다. 반면 접촉자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3.77점)이 주변의 비난과 피해(3.53점)에 대한 두려움보다 컸다.
치료제가 없는 질병이지만 확진자들은 재감염 우려보다 소위 '낙인 효과'에 대한 두려움이 접촉자나 일반인(3.65점)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순 교수는 "확진자들이 완치나 재감염 여부보다도 자신이 끼칠 사회적 피해, 즉 민폐를 많이 두려워한다"면서 "감염 발생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면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고, 이는 감염병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반인의 30.7%는 '코로나19 환자의 감염에 대한 책임은 환자 자신에게 있다'고 보는 반면 확진자의 9.1%, 접촉자의 18.1%만이 '그렇다'고 답해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코로나19 환자가 감염된 것은 환자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는 질문에 확진자의 60%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일반인은 34.6%만 동의했다. '환자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스스로 막을 수 있었다'는 질문엔 확진자의 13.6%와 접촉자의 29.2%가 동의한 반면 일반인은 41.2%가 동의했다.
확진자의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한 결과, 전체의 27.3%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 상태' (28점 이상)로 나타나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확진자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정도는 같은 질문을 던져 응답한 전 국민(16.0%)이나 경기도민(19.3%)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후속 모니터링이 필요 없는 7점 이하 집단은 10.9%였으며,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집단(7~28점)은 61.8%나 됐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에 대한 개선 요구 사항을 보면 확진자들은 확진자 인권보호 개선 84.6%, 심리 정신적 지원 80%, 경제적 지원 71.8% 순으로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대해 접촉자들은 78.5%가 경제적 지원, 78.3%가 격리 대상자 조기발견 등을 꼽았다. 격리자 인권 보호에 대한 개선(73.7%) 요구도 많았다.
증상 경험(복수응답)은 발열이 72.9%로 가장 높았고 근육통 61.4%, 인후통 60%, 두통 58.6%, 냄새 못 맡음 52.9%, 기침 50%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4.3%는 '설사'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희영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단장은 "이번 조사결과가 도내 코로나19 확진자, 접촉자들을 위한 실질적 대응책 마련에 큰 힘이 될 걸로 생각한다"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조사에 성실히 응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와 공동으로 대상을 세분화해 후속 조사를 계속하고, 경기도는 최종 종합결과를 토대로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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