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설업체, 시공주도할 수 없어 도급인 제외 '명확'

고용부 고시와 지침도 '건설공사 발주자는 비건설업체'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입법참사라는 지적에 대해, 고용부는 "잘못된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쟁점은 산안법 제2조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 발주자'가 누구인지 하는 점이다. 법은 건설공사 발주자를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로 명시했다. 산안법상 각종 안전조치 의무가 부과되는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 발주자를 누구로 보느냐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서울과학기술대 정진우 교수는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해 총괄·관리하는 자는 건설업체(자기공사자)를 말하고, 제조업체, 전기통신운수업체, 서비스업체 등 비건설업체는 시공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아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건설공사 발주자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석했다. 반면 고용부 산재예방정책과 임영미 과장은 "비건설업체라도 발주공사를 총괄·관리한다면 건설공사 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이라고 해석했다. 고용부 고시나 지침 등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비건설업체를 건설공사 발주자로 판단하고 있다.

◆비건설업체는 시공 주도 불가능 = 고용부 고시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 제4조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를 '자기공사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 중에서 자기공사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자를 가리키는데, 비건설업체(제조업체, 전기통신운수업체, 서비스업체 등)에서 유지보수공사와 같은 건설공사를 도급 주는 자가 전형적으로 이에 해당한다.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이 지난 3월 발표한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도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경우, 도급을 준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한다면(자기공사자) 도급인 책임을, 그렇지 않다면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비건설업체에서 사업장 내의 유지보수공사(건설공사)를 하청업체에 맡기는 경우, 해당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는 것은 건설공사업체(시공업체)이지 비건설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론상으로나 실무상으로나 자명하다.

◆"고용부, 명백한 잘못 인정 안해" = 정 교수는 "비건설업체가 하청업체에게 유지보수공사를 도급하는 경우, 이 비건설업체는 건설공사라는 특성상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는 입장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건설공사발주자의 용어정의에 있는 '시공을 주도하여'라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고, 결국 비건설업체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는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가 될래야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들은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임 과장은 건설공사 발주자의 용어정의 중 '시공을 주도하여'라는 말에 대한 언급은 없이 '총괄·관리'만 설명하면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비건설업체를 도급인으로 해석했다. 정 교수는 "임 과장은 고용부가 작성한 도급운영지침의 내용과도 어긋나는 답변을 하고 있다"며 "집행기관이 법문을 문언해석의 원칙에 따라 해석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산재예방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거니와, 문제가 되는 자를 기소하기도 어렵고, 기소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고용부는 명백한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모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잘못된 내용을 개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걸핏하면 법적 근거 없는 지침으로 초법적인 해석을 하는 땜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산언안전보건법령 규정
<법 제2조>
7.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
10.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시행령 제55조>
건설공사발주자의 산업재해 예방 조치는 총공사금액이 50억원 이상인 공사에 적용한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 한남진 기자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