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변동성 완화 실증적 근거 부족 … 유동성 감소에 오히려 변동성 증폭

농특세 74%는 증권거래세 … "주식투자자가 왜 농특세 내나" 반발 커져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방안을 놓고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중과세에 사실상 증세 방안이라며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세는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봐도 세금을 내야한다는 점에서 조세원칙에 위배된다. 시장변동성을 완화한다는 점에서도 증권거래세의 기대효과는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 존치에 대해 과세체계 합리화라는 대명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높은 거래세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거래세 유지, 세수 확보 때문" = 7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행 증권거래세 과세방식이 소득이 아닌 거래행위에 대해 이뤄지면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거래시 내야하는 0.25% 거래세를 2021년 0.25%, 2022년 0.23%, 2023년 0.15%로 바꾸는 과정을 보면 거래세를 최대한 지연해 세수를 확보하려는 인식을 준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거래세를 통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은 공감한다"면서도 "이는 조세원칙에 위배되는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개요에 따르면 올해는 증권거래세가 4조9350억원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부가 실제로 걷은 증권거래세 4조4733억원보다 4617억원이나 많은 금액이다. 농어촌특별세의 70%가량이 증권거래세로 들어오기 때문에 해당 세금수입까지 합치면 지난해 7조2160억원에서 8조2000억원 규모로 1조원 이상이 늘어난다.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급증한 올해 실제로 걷게 되는 세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6월 코스피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24조원으로 전월대비 19%, 전년 동월대비 170% 증가한 상황이다.

◆거래세 논란, 농특세로 번져 = 특히 농특세가 논란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조짐이다.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개편 방안에서 증권거래세를 없애지 못하고 단계적 인하방침만 발표한 배경이 현실적으로 개편하기 어려운 농특세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농특세는 1994년 세계 각국이 모여 무역자유화에 합의한 우르과이라운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당시 농수산물 시장의 개방이 불가피해지자 농어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반시설 확충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게 목적으로 제시됐다. 농특세는 기존 세금에 덧붙이는 목적세 형태로, 증권거래세와 명품 등을 살 때 내는 개별소비세, 자동차를 살 때 내는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일정한 비율로 얹어 매겨지는데 주로 부자들의 경제활동과 사치성 소비 관련 세금에 붙였다. 원래 농특세의 수명은 10년이었지만 10년씩 두 차례 연장하면서 2024년까지 연장된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는 농특세가 증권거래세에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농특세가 생긴 30여 년 전과 비교해 농어촌이 크게 변했고, 일반 월급쟁이들도 찾는 국내 주식시장의 소액주주들의 돈까지 헐어 농어촌을 도와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농어업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재원을 주식투자자가 부담해야 하는 논리적 근거는 찾기 어렵다. 단지 증권거래세가 조세저항이 작은 간접세이기 때문에 세원으로 선택 되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현재 농특세 세입 대다수는 증권거래세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전체 농어촌특별세 규모의 74%가 증권거래세 세입이다.

◆EU, 금융거래세 도입 논의 지체 = 증권거래세는 주식 양도소득세의 대안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투자손실에 대한 과세 논란과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양도소득세 과세범위 확대에 따라 유지할 명분이 약화된 상황이다. 특히 기재부가 주장하는 시장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측면의 기대효과도 실증적 근거가 부족하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래세에 대한 많은 실증분석 결과는 거래세가 유동성을 감소시키고 자산가격을 하락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가격 효율성을 저해하고 변동성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거래세 도입 혹은 세율 인상 후 시장의 변동성이 감소했다는 결과는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변동성에 유의한 변화가 없거나 증가한다는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유동성이 감소하고 자산가격이 하락하는 효과는 보다 광범위하게 관찰되는데 세율변화가 클수록, 거래가 활발할수록, 또는 자산이나 시장이 대체 가능할 경우 현저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부터 EU 차원에서 금융거래세도입이 논의되고 있지만 거래세의 부정적 영향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경쟁력 약화 우려로 현재 28개 EU 회원국 중 10개국만이 참여하고 이후 논의는 지체되고 있어 향후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김대준 연구원 또한 거래세의 투기방지 효과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IMF, 프랑스 등 각국의 실증 연구에서 거래세의 투기 방지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며 "오히려 높은 거래세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는 주장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세제 개편안 쟁점 분석"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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