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진 직책대표노무사 노무법인 해원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재해자의 피로 쓴 문자'라는 말이 있다. 섬뜩하게 들리지만 산안법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산안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해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산안법이 보호하려고 하는 대상자는 누구인가이다.

원칙적 보호대상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원칙적으로 산안법은 근로기준법(근기법) 상의 근로자를 보호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근기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에 대해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다.

산안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평범해 보이는 이 문장이 근로자와 근로자가 아닌 자를 구분하고,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법의 보호범위 밖으로 밀어내는 역할을 했다.

근기법에 따른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적인 징표는 '근로제공'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일반적인 근로제공이 아니라 종속적인 근로제공이다.


판례가 제시하는 종속적 근로관계의 판단기준은 ①사용자가 업무내용을 결정하고 업무수행과정에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②복무규정 등 각종 규정의 적용을 받는지 ③사용자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되는지 ④노무제공자가 업무에 따른 수익·손실의 위험을 스스로 감수하는지 등과 같이 다양하다.

즉, 판례는 근기법 상의 근로제공을 종속적 근로제공이라고 기준을 세우고 구체적인 사안마다 종속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해 왔다.

과거에는 법에 의해 보호가 필요한 경제적 약자의 기준을 종속성으로 판단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산업이 다변화되고 근로제공의 형태도 다양해지면서 종속적 관계가 희박함에도 법의 보호를 희망자는 자들이 생겨났다. 소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바로 그들이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 제1항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는 자'를 특고라고 정의하고 특고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자는 특고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산업환경 변화를 반영한 보호대상 확대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산안법이 정한 ①보험설계사·우체국보험 모집원, ②건설기계 직접 운전자(27종), ③학습지교사, ④골프장캐디, ⑤택배기사, ⑥퀵서비스기사, ⑦대출모집인, ⑧신용카드모집인, ⑨대리운전기사 직종에 종사하는 자만 특고에 해당한다.

또한 9개 직종에 해당하더라도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해야 하며,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오랫동안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를 희망해왔던 특고입장에서 직종 제한, 사업장 전속성, 대체노무 금지라는 3가지 제한이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법의 보호대상 범위를 확대한 것은 의미있는 결실이다.

개정 산안법은 특고와 별도로 배달종사자를 보호대상자로 추가했다. 산안법 제78조는 '이동통신 단말장치로 물건의 수거·배달 등을 중개하는 자는 그 중개를 통하여 이륜자동차로 물건을 수거·배달 등을 하는 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배달앱 등을 통한 오토바이 배달종사자의 교통사고 등이 증가하는 현상을 반영한 조치이다.

산안법의 보호대상을 근로자에 국한하지 않고 노무제공자로 확대함으로써 산업재해에 취약했던 자들에 대해서도 실질적 보호가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