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공제 없어 실질 증세 … 불필요한 변동성 야기

증권가, 양도세 부과 대주주 범위 확대 '유예' 촉구

기본공제 한도 상향 … K-OTC 양도세 면제 존속

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 방향에 대해 자본시장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간접투자상품인 펀드에 세금기본 공제가 없다는 점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나며 간접상품에 투자할 매력이 사라져 업계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이는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증권가는 또 불필요한 시장변동성을 방지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범위 확대 유예를 요구했다.

◆과세 형평성 어긋나 =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조세 전문가들은 기획재정부의 금융세제 개편 방향에 주식 직접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세금 공제 혜택이 펀드 투자자에게는 없다며 이는 과세형평성에 어긋나고 실질증세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재부의 금융세제 개편안은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2000만원 공제하고,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 소득은 하나로 묶어 250만원 공제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주식형 ETF 양도소득, 집합투자기구(펀드)의 상장주식 양도소득 등에 대한 기본공제는 없다. 기재부가 발표한 집합투자기구(펀드) 과세체계 합리화(22년 시행)에 따르면 △비과세인 상장주식 양도손익 집합투자기구 과세이익 산정시 포함 △ 집합투자기구 손실 발생시 비과세 △ 각 집합투자기구에서 발생한 금융투자소득간 이익 및 손실 상계해 과세한다.

이에 따라 기존 펀드 투자자는 펀드 양도에 따른 이익에 14%의 배당 소득세를 적용 받았지만, 앞으로는 20% 또는 25%의 금융투자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주식과 펀드 모두 이익이 났을 경우 20%(3억원 초과는 25%)의 금융투자소득세를내야 한다. 주식으로 번 돈은 2000만원까지 비과세지만 펀드로 번 돈은 전액 과세 대상이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2000만원의 이익이 날 경우 세금은 '0'원인데 펀드로 이익이 2000만원 나면 세금을 400만원 내야한다.

이에 증권가는 "투자자들은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에 투자할 유인을 못 느끼고, 이는 고사 상태에 빠진 자산운용업계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는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방향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세제 선진화를 위한 기본방향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주식 투자는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주식형 ETF, 주식형 펀드 등)로 구분하는데 기본공제가 국내 상장주식 투자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직접투자에 비해 간접투자가 세제상 불리하다"며 "정부의 의도와 달리, 국내주식의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간접투자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투자자의 투자의사 결정 왜곡을 초래하는 동시에 금융 업종간 형평성도 저해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주식형 공모펀드·ETF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 우려되며 이에 따라 자산운영업이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또 "2022년 국내주식형 펀드(주식형 EFF)의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 전환이 2023년 국내주식 양도소득세 전면시행 보다 앞서 시행될 경우, 국내 주식 간접투자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세제개편안 중 보완이 필요한 사항으로 "집합투자기구로부터 발생하는 금융투자소득은 국내 상장주식 채권 양도소득과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손실의 이월공제도 동일하게 허용해야 한다"며 "금융투자소득에 대해서도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과 손익통산한 이후 2000만원의 기본공제를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8일 진행된 금융세제 개편 관련 공청회에서 기재부 관계자는 펀드 기본공제 요구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직간접 투자의 성격은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두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연말, 시장변동성 확대 = 증권가에서는 내년 4월부터 대주주의 기준이 보유가치 3억원으로 낮아지면서 올해 12월에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순매도세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시장변동성이 야기될 가능성 또한 커졌다. 이에 증권가는 2023년에 양도소득세가 전면 확대된다는 점을 감안해 대주주의 기준을 2022년까지 현행 10억원 기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 새로 대주주로 지정되는 투자자들은 거의 대부분 주식 보유가치 기준에 따른 대주주들"이라며 "이는 소액투자자들의 조세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수단을 제공함과 동시에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주식 보유가치 기준을 적용해 대주주를 분류하는 방식은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방식"이라며 "올 연말 대규모 매도 발생으로 시장변동성만 커지고 실질적인 세수확보는 없이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주주의 판단기준일이 12월말로 설정되기 때문에 대주주 지위를 피하고자 하는 소액투자자들은 12월이 되면 순매도로 포지션을 변경하여 대주주 지정요건을 회피하고자 할 것이다. 이후 1월이 되면 다시 순매수 포지션으로 전환하여 원하는 수준의 주식비중을 이어가는 거래전략이 나타날 개연성이 있다. 이렇게 현실적으로 대주주의 지위를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점은 소액투자자들에게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주주의 지위를 회피하고자 하는 소액투자자들의 주식매도가 특정월에 확대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0년 1월에서 2020년 1월까지를 표본기간으로 설정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상장주식 거래를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한 주식거래를 매년 12월과 익년 1월에 집중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행태들이 관찰됐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보유가치 기준에 따른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하여 12월에 누적순매도를 증가시킨 후 다음 해 1월에 줄어든 보유규모를 일정부분 회복시키기 위해 누적순매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이러한 주식거래행태는 대주주 기준 확대에 의한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확대방식이 주식거래에 불필요한 변동성을 초래한다"며 "동시에 투자자의 주식거래행태를 왜곡시키고, 과세의 비효율성 증가를 통해 납세행정비용을 높이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소득세 기본 공제 한도를 상향조정해 달라는 요구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공제한도 금액 2000만원은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큰 규모가 아니다"라며 "한도를 높게 상향하지 않으면,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투자자 세금 납부 가능성 커 = 예를 들어 이자·배당 소득으로 2000만원을 얻으려면 2% 이율 가정 시 1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때문에 금융투자자금 10억원 보유는 자산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기대 수익률은 8~9%로 채권시장보다 높고 신용에 의한 레버리지가 가능해 약 6000만원의 자금만 있어도 2000만원 수익이 가능하다. 채권투자와 달리 연중 회전도 용이해 소액투자자도 2000만원 공제를 상회할 수 있다.

이익이 예상보다 감소할 것이란 실망감은 단기 심리 위축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 위기 후 반등 국면으로 상승 종목이 다수인 강세장에 속해 있다"며 "코스닥에 1억원을 투자하면 수치상 22일 만에 비과세 기준인 2000만원을 확보할 수 있어 기대수익을 훼손하는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또 이자·배당소득세의 14%와 달리 20%/25% 2단계 세율로 되어 있는 점도 반발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소외받는 비상장주식 = 증권가는 또 정부의 개편안이 비상장주식 거래는 기본공제 적용 안되는 등 모험자본시장 활성화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K-OTC 비과세 혜택 축소가 우려되면서 금융투자업계가 구축한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K-OTC는 장외에서 거래하던 위주 비상장주식을 검증 받은 플랫폼을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구축한 플랫폼으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고 있다. K-OTC는 현재 코넥스 시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회수시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K-OTC의 거래세율은 0.25%로 상장주식과 같은 수준이고 벤처·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정책 수혜에 힘입어 K-OTC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53억6000만원으로 지난해 6월 27억원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K-OTC 전신인 프리보드가 출범한 2000년 6월 거래대금 8억6000만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모험자본 활성화 취지를 감안해 K-OTC도 코넥스시장과 동일한 수준의 세제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연구위원은 "비상장 기업의 회수시장 기능 활성화 및 장외시장 양성화 등을 위해 K-OTC 시장 양도손익에 대해서는 상장주식 양도손익과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2000만원의 기본공제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손실이월공제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세제 개편안 쟁점 분석"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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