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피겔이 전하는 코로나19 후속증상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한 10명 중 1명꼴로 만성피로와 근육통, 신경질환을 상당 기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피해는 뭘까.

독일 슈피겔지 최신호에 따르면 독일인 알렉산더 라이시(26·가명)는 지난 3월 13일 금요일부터 목이 따끔거리고 아팠다. 직장 동료가 오스트리아 스키장에 놀러 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그 직후 라이시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라이시는 "처음엔 곧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의사 역시 추호의 의심이 없었다. ??고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사는 라이시를 집에 돌려 보냈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응급실 의사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일주일 동안 입원했다.

라이시는 공식적으로 약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았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항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매우 아프다는 느낌의 발작기를 겪고 있다. 현재까지 의사들 누구도 그의 상태를 설명하지 못했다.

때론 약하게 때론 격렬하게 목이 아팠다.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이 찾아왔다. 폐도 여전히 아팠다. 의사들이 병원에서 집으로 돌려보낸 이후 증상이 시작됐다. 호흡기 내과의사는 그에게 천식 흡입제(코르티손)를 처방했고, 조금만 참아볼 것을 권했다. 그는 "코르티손은 증상 완화에 거의 도움이 안됐지만, 흡입을 멈출 경우 기침과 흉부 압박감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근육통도 있었다. 때로 몸의 절반이 무감각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렇지 않을 땐 무기력증 때문에 곧바로 누워야 했다. 복부 통증과 메스꺼움, 피부발진, 심각한 피로감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라이시는 10주간 병가를 낸 뒤 최근 부동산 중개업 직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가끔 업무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탈진한 느낌이 들어서다. 대부분의 시간에서 일상을 영위하려 노력한다. 그는 "현재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매우 이상한 질병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반년이 흘렀다. 의사들은 라이시와 같은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한다. 공식적으로 회복했지만 사실상 건강함과는 거리가 먼 경우다.

킹스칼리지런던 의학교수 티모시 스펙터는 "코로나19는 예측을 불허한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환자 20만명 이상을 장기간 추적하고 있다. 워낙 대규모 인원이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나는 류머티즘 전문의로 이례적인 질병에 익숙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내가 겪은 병 중 가장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10명 중 1명꼴로 설명할 수 없는 증상에 한달 이상, 많은 경우는 두달 이상 지속적으로 시달린다. 가장 일반적인 증상은 탈진과 두통, 후각 마비, 호흡곤란, 어지럼증, 설사, 피부발진이다. 스펙터는 "그리고 환자들 일부는 3개월 넘게 신열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의 폐와 심장, 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이 가해진 것도 걱정이다. 심장부정맥 또는 진성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일부 환자들은 집중력, 기억력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치매와 매우 유사했다. 나이가 어리다고 예외는 아니었다. 전 세계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코로나19 감염에 이어 '소아 다기관 염증 증후군'에 걸렸다. 이는 심근염과 혈액순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의사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스위스 심장전문의 파울 포크트는 "많은 환자들이 '코로나19 감염 이전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수많은 만성질환자를 양산할 것으로 우려한다. 독일 일부 병원에서는 이미 외래환자 클리닉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환자에 대한 후속치료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영국 내과의 헬렌 솔즈베리는 "사람들은 '죽거나 다시 건강해지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몇달 동안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했지만 이제는 아마도 오랫동안 아프게 될 사람들을 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솔즈베리는 현재 코로나19에 감염된 이후 여전히 탈진과 고열, 기침, 갑작스런 호흡 곤란 등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는 "모든 테스트는 정상이다. 내가 그들에게 제공할 치료법은 없다"며 "많은 만성질환자들은 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뿐"이라고 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환자들이 왜 그런 증상을 지속하고 왜 그리 격렬한 고통을 느끼는지 전문가들에겐 도통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의사들은 코로나19로 면역체계가 고장났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측한다. 일단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 어느 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데 성공하면, 반복적으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또는 코로나19 감염 급성기 때 산소가 부족했던 결과일 수도 있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장기간 자신의 몸이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얼마나 큰 전투를 벌였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스 바이러스 증상과 유사

의사들은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질병과 비슷하다고 본다. 2003년 사스 팬데믹 이후 만성질환자들이 많이 생겼다. 진원인 아시아 밖에서는 캐나다 토론토가 최악의 사스 발병지였다. 토론토대학 명예교수이자 수면·통증 연구자인 하비 몰도프스키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 만성질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스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내과의인 몰도프스키는 이례적 질병의 전문가다. 2003년 사스 팬데믹이 잦아든 이후 그에게 만성질환 연구를 진행해달라는 요청이 제기된 이유다. 그는 "사스에 걸리고도 생존한 50명의 그룹을 지켜봤다. 그들은 치료를 받았지만 직장으로 돌아가 전일제로 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그는 환자 22명과 상세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환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비슷했다. 그는 "환자들은 감염되고 1년 뒤 여전히 피곤해 했고 체력이 약해졌다. 근육통과 수면장애를 겪었고, 생각을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 입장에서 이런 증상은 익숙하다. 만성피로증후군을 겪는 환자들은 근육통이나 두통, 목 부근 통증을 호소한다. 많은 환자가 '브레인 포그'(brain fog)를 언급한다.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에 멍한 느낌이 지속돼 생각과 표현을 분명하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만성피로증후군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많다. 독감 바이러스와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등이 있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전염성 단핵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나타나는 수상한 증상들이 사실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촉발된 자가면역 반응이 아닌가 하고 의심한다. 이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계항진'(환자가 심박을 느끼면서 불편함을 호소)과 감염에 대한 민감성 증대,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있기도 하다.

신경계 문제

독일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 외래환자실장인 카르멘 샤이벤보겐은 만성피로증후군 전문가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많은 이들은 현재 이상한 증상에 대해 샤이벤보겐을 찾고 있다.

하지만 샤이벤보겐은 "당분간 환자들을 실망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확히 진단하려면 최소 감염 6개월은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그때까지 모든 게 스스로 진정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반년 넘게 지속하는 증상이야말로 만성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그때가 돼도 만성질환 치료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샤이벤보겐은 환자들에게 "자신의 몸을 아껴야 한다"며 "무리하게 몸을 쓰거나 격렬한 운동을 하게 되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충고한다.

만성피로 외에 신경계 합병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영국 리버풀대 의대 선임 임상의이자 신경과 전문의인 베네딕트 마이클은 "신경과학계에서 신경계 합병증에 대해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입원 환자 20~30%가 신경계 합병증을 겪는다.

마이클과 동료 의사들은 지난달 말 의학저널 '랜싯 정신과학'에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신경계 질환을 앓게 된 125명의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환자의 약 60%는 노년층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감염 이후 뇌졸중을 겪었다. 그들 중 1/3은 다른 인지적·정신적 변화의 조짐을 보였다. 많은 젊은 환자들도 마찬가지였다.

125명 환자 중 8명이 코로나19 감염과 연계된 정신병을 나타냈다. 치매로 나아간 환자는 5% 이하였다. 마이클은 "많은 젊은이들이 코로나19 팬데믹에도 일상을 꾸려나가고 있다. 자신에게도 증상이 발현할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례에서는 뇌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분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종종 피를 응고시키기 때문에 뇌졸중이 일어날 수 있다. 때로 뇌염을 일으킨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대개의 사례에서는 합병증의 원인이 여전히 불분명하다. 마이클은 "면역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일부 사례에선 스트레스의 결과이거나 산소 부족일 수 있다. 아니면 두 가지 요소가 합쳐진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나만 아픈 게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은 여전히 있다. 탈진 등과 같은 지속적인 합병증은 물론 신경, 정신질환 역시 결국은 잦아들거나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이다.

영국 켄트 카운티의 일반의 스테파니 조지오가 희망의 근거다. 44세의 그는 환자를 진료하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두 아이의 엄마인 조지오는 약간의 천식과 과체중을 빼면 특별한 리스크요인이 없었다. 그는 "나 역시 코로나19에 걸렸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감염 15일 뒤 열이 내려갔다.

하지만 다른 증상은 여전했다. 최악은 어지럼증이었다. 그는 "바닥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며 "여러번 넘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단에서 구르기도 했고 샤워할 때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했다"고 덧붙였다.

그 역시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약간만 무리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물결치듯 고열이 닥치곤 했다.

조지오는 "처음엔 내가 미쳤나 보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터넷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나만 고통을 겪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기껏해야 이틀만 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면 완전히 탈진했다. 두뇌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보였다. 그는 "온전히 생각할 수 없었다"며 "빵을 굽는데, 달걀을 깨 껍질을 반죽에 넣고 노른자와 흰자를 개수구에 버린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원 손질을 한 날이면 이틀은 침대에서 누워있어야 했다. 그는 "몸을 무리하게 쓰면, 증상이 다시 덮쳤다"고 말했다.

3개월 간 그렇게 고생했다. 하지만 지난 며칠 전부터 마침내 상황이 호전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왜 무서워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환자를 홀로 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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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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