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성급한 재개방으로 코로나19와의전쟁에서 패배해 두 달여 만에 다시 최악의 대재앙에 직면했다.

하루 감염자가 7만명을 넘어섰고 입원환자와 집중 치료환자, 사망자까지 급증하고 있어 플로리다, 텍사스, 조지아,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는 병원이 가득차는 참상이 시작됐다.

마스크 쓰고 군 병원 방문한 트럼프 | 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의료센터를 방문해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베데스다 AP=연합뉴스


미국 내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미국은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특단의 통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더 큰 대재앙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전염병 연구소장 등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의 재악화를 주도하고 있는 남부의 플로리다 등을 중심으로 주민들의 불필요한 외출을 금지시키고 비필수 사업장은 폐쇄시키는 봉쇄조치를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버드대학 보건연구소는 현재의 감염사태를 고려해 6개주는 즉각 봉쇄해야 하고 그다음 14개주는 봉쇄를 고려해야 하는 대상으로 분류 했다.

그러나 다수의 주지사들은 셧다운 조치는 최후 수단이라며 3월 중순과 같은 주전체를 봉쇄하는 조치를 다시 부과할 수는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내 악화지역에서 코로나19 테스트를 공격적으로 실시하고 감염자들은 격리치료, 보호하는 지역방어가 더 효과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미국이 7월과 8월 코로나19의 더 큰 대재앙에 빠지게 될지 공포에 다시 휩싸이고 있다.

피서객 운집한 뉴욕 코니 아일랜드 해변 | 미국 뉴욕 시민들이 독립기념일을 맞은 4일(현지시간) 브루클린 지구의 코니 아일랜드 해변을 가득 메운 채 휴식을 즐기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성급한 개방으로 악화, 더 큰 재앙 공포 =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는 3월 중순부터 전역의 봉쇄로 통제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5월 초부터 너무 성급하게 문을 다시 열면서 6월 한 달 새 감염자가 두배나 급증했고 7월에는 연일 신기록을 갈아 치워 더 큰 대재앙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미 전역의 하루 감염자는 7월 들어 연일 신기록을 세우면서 사상 최고치인 7만명도 넘어섰다. 지난 10일 하루 감염자는 워싱턴 포스트 집계로는 6만7000여명이었으나 NBC 방송은 사상 처음으로 7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미국내 감염자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집계에서 7월 1일부터 3일까지 5만명내지 5만5000명을 기록했다가 4일부터 6일까지는 5만명 아래로 내려갔으나 7일에는 6만명을 넘어선데 이어 6만3000명, 6만5000명, 6만7000명으로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남부에선 플로리다와 텍사스, 조지아, 서부에선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등이 미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재악화시키는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루지에나, 사우스캐롤라니아 등 6개주는 연일 신기록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루에 발생하는 감염자 숫자를 보면 플로리다와 텍사스, 캘리 포니아가 1만명을 넘겨 예전 유일했던 뉴욕주에 1만명 클럽 멤버가 됐다.


게다가 이제는 감염자 뿐만 아니라 중증으로 발병한 입원환자들과 ICU(집중치료실)에서 산소호흡기에 연명하는 중환자들까지 기록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들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 12개주의 대도시들에서는 병원침상과 ICU(집중 치료실), 산소호흡기, 의료진 인력, 장비와 물자가 거의 100% 들어차면서 참상을 겪기 시작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태 초기 뉴욕, 뉴저지에서 보였던 의료시설 부족 참상이 텍사스 휴스턴과 플로리다 마이애미 등에서 복사판으로 나타나고 있다.

◆후퇴조치 7개주, 오픈 확대 중지 19개주 = 6월 한 달 동안 감염자가 급증한 남부의 플로리다, 텍사스, 서부의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등을 중심으로 이미 전체의 절반을 넘는 26개주가 제한조치를 다시 취하고 나섰다. 현재까지 7개주가 전체 또는 지역별로 조치를 취했으며 19개주가 오픈 확대를 중지해 26개주가 제한조치들을 다시 부과한 것으로 CNN 방송은 집계했다.

가장 최근에는 조지아주 애틀랜타가 사업장 개방에서 식당과 소매점 등에서 주문 후 가져가기나 주차장 픽업, 배달만 가능한 1단계로 되돌아갔다. 새로운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텍사스주는 술집을 다시 폐쇄하고 식당은 수용능력의 50% 안에서 영업하도록 되돌렸으며 야외 모임 최대 인원도 다시 100명으로 제한시켰다. 플로리다는 술집을 전면 폐쇄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캘리포니아는 LA카운티를 포함해 전체인구의 70%가 거주하는 도시지역 카운티들에서는 술집들을 폐쇄 시키고 식당 홀 식사도 다시 금지 시켰다. 애리조나에서는 술집과 체육관, 극장을 다시 문을 닫게 했으며 50명이상은 모이지 못하도록 제한시켰다.

이와 함께 노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 19개주들은 추가 오픈하는 다음단계 진입을 중지시키고 제한적인 개방에 더 오래 머무는 조치를 취했다. 오리건주는 거의 전면 오픈하는 3단계에 진입하려다가 즉각 중지하고 9월까지 수개월 늦추기로 했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마스크 쓰기를 완강하게 거부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예고했듯이 월터 리드 군병원을 방문하면서 공개석상에서는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시건 포드 자동차를 방문했을 때에도 마스크를 무대 뒤에선 잠깐 써보았다가 대중들 앞에서는 벗었는데 공개석상에서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마저 고집을 꺾었기 때문인 듯 민주당 주지사들뿐만 아니라 공화당 주지사들도 마스크쓰기를 의무화하는 주지역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텍사스와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워싱턴주, 루지애나 등 16개주에서는 마스크 쓰기를 주차원에서 의무화시켰다. 공화당 출신 텍사스 주지사에 이어 민주당 출신 루지에나 주지사도 당파에 상관없이 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문가들 '재봉쇄하라' vs 지도자들 '지역방어 주력' = 미국이 제2의 재앙에 휩싸이지 않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재봉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와 전면 봉쇄는 곤란하고 지역방어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지도자들의 시각이 충돌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급격히 재 악화되고 있는 플로리다와 텍사스, 조지아, 애리조나 등 6개주는 강제 셧다운 대상지역으로 꼽히고 있으며 캘리포니아 등 14개주는 셧다운을 고려하도록 권고받고 있다. 그러나 각 주지사들은 다시 전면봉쇄하는 셧다운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며 현재로서는 특정지역을 격리시키는 지역 방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전염병 연구소장 등 공중보건 책임자들은 통제 불능에 빠지기전 악화되는 주지역들은 다시 봉쇄시키는 조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버드대학 건강연구소는 현재의 코로나19 재감염 상황을 토대로 급격히 악화된 6개주들은 즉각 셧다운 조치를 취해야 하며 14개주는 셧다운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셧다운은 주지사가 스테이 애트 홈 명령을 내려 주민들의 불필요한 외출을 금지시키고 비필수 사업장을 다시 폐쇄시키는 조치를 의미하고 있다.

즉각 셧다운 조치를 다시 취해야 하는 6개주들로는 남부에서 플로리다와 텍사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루지애나, 서부에선 애리조나로 꼽히고 있다. 이들 주들은 10만명당 감염자들이 25명 이상 50명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어 셧다운을 고려해야 하는 14개주들로는 서부에서 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뉴멕시코, 남부에선 앨라배마, 아칸소, 테네시, 오클라호마, 동부에서는 노스캐롤라이나, 델라웨어 등이 있다. 셧다운 고려 지역들에서는 현재 10만명당 11명에서 24명 사이의 감염자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각 주지사들은 대체로 셧다운 조치를 주전역에 다시 부과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심한 지역부터 타깃으로 삼아 지역방어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지사들은 지난 3월과 같이 셧다운 조치는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지사들은 현재로서는 주전체에 일괄적인 제한조치를 부과하기 보다는 악화된 지역에서 공세적인 코로나19 테스트를 실시하고 환자들을 추적하며 격리 치료하는 지역방어에 주력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