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묶여 재투자기회 박탈 … 복리효과도 사라져

미국·영국·독일 등 금융선진국 '이월공제 무제한'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소득세를 매월 원천징수하는 납부방식에 대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영국·독일 등 금융선진국들의 이월공제 기간은 무제한인데 반해 3년으로 정한 손실 이월공제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일단 세금 원천징수 기간 연장 등 납세를 편리하게 하는 방법 등 각계 의견을 더 수렴·검토해 최종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세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조세저항 국민운동' 움직임 마저 나타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과 증권가는 이달 말 발표예정인 정부의 금융세제 개편안이 어떻게 변경되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월별 원천징수, 투자자에게 불리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 월별 원천징수 방안에 대한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기재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2023년부터 금융투자상품의 손익 양도세는 금융회사별로 매달 소득금액을 잠정적으로 통산한 후 원천징수한다. 환급은 다음 해 5월 국세청에 세액 확정신고를 거쳐야 받을 수 있다. 미리 납부했던 세금의 환급에도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식투자자는 투자에 쓸 수 있는 재원을 일정 기간 무이자로 정부에 빼앗겨 주식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복리효과가 없어지는 불이익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1월~11월까지 매월 500만원의 양도소득이 발생하고 12월에 는 5000만원의 손실이 생겼을 경우, 해당연도에 양도소득세를 전혀 낼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양도소득세는 이미 11월까지 원천징수되어 자금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잠정 원천징수'에 따라 세금을 미리 걷어가는 것은 재투자 복리효과 원천 차단 등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로 지나치게 투자자에 불리한 조치라며 반발에 나섰다. 증권가 전문가들 또한 "현재 해외 주식 양도세의 경우 연간 단위로 정산하며 다음 해 5월에 납부하고 대주주 양도세 역시 반기별로 신청하며 다음 해 2월에 직전 년도 수익을 정산한다"며 "이와 비교해서도 국내 주식의 월별 원천징수 방식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국내 주식투자에 대한 월별 원천징수로 투자자들은 양도세 납부가 잠재적 원본 손실과 투자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만약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에는 미리 납부했던 세금의 환급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과세 간소화가 취지라는 조세당국의 방침에도 역행하는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오무영 금융투자협회 산업전략 본부장은 "매달 원천징수를 하면 이미 납부한 세금을 환급 받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려, 투자자가 수익을 얻을 기회가 박탈될 수 있고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원천징수를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거래가 증가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여러 개의 금융회사를 이용할 경우를 감안할 때 금융투자소득 정보를 공적 기관에 집중시켜 인별 통합 양도소득을 계산한 후 원천징수하는 방식도 검토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A증권사 계정에서는 3000만원 손실이 발생하고 B증권사 계정에서는 3000만원 양도소득이 발생하였다면 실제로는 원천징수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얘기다.

◆이월공제 3년 "너무 짧아" = 3년으로 제시한 '손실 이월공제' 기한이 지나치게 짧다는 비판의 소리도 크다.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경우 3년의 시간은 이월공제 혜택을 충분히 보기에 너무 짧아 이번 세제 개편의 취지를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준 연구원은 "손실 이월공제라는 총론에 대해선 적극 찬성하지만 공제 기간이 3년이란 점은 아쉽다"며 "공제 기간을 최소 5년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2000년 이후, 한국시장은 4년 이상이 되어야 어떤 시점에 투자하더라도 이익(+)를 볼 수 있다"며 "만약 이월공제가 3년 한도라면 4년째 이익을 볼 경우, 첫 해의 손실을 반영할 수 없어 투자자 입장에서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구권의 금융선진국은 이월공제 기간은 무제한이며 이월공제를 먼저 도입한 일본만 3년으로 설정했다.

◆'조세저항 국민운동' 실검 1위 = 한편 금융세제 개편 방안과 정부의 부동산세 강화 등 최근 정부의 과세 강화 움직임에 반발하는 투자자들은 '조세저항 국민운동' 실검 챌린지를 벌이고 나섰다. 실검 챌린지는 인터넷 주요 포털 사이트에 특정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입력해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에 올리는 행동으로 이날 오전 8시 반 현재 '조세저항 국민운동'은 포탈사이트검색어 순위 7위에 올랐다. 전일 오후에는 '조세저항 국민운동'이 급상승하며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금융세제 개편안 쟁점 분석"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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