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율·분리과세로 장기투자문화 유도" vs "효율적 투자 저해·자원배분 왜곡"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을 놓고 장기투자 세제지원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금융투자업계는 1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경우 우대세율을 적용함으로써 장기투자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기재부는 장기와 단기 투자자에 대한 세금을 달리할 경우 과세형평성에 문제가 있는데다 효율적 투자를 저해하고 자원배분 왜곡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15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정부의 자본시장 세제개편안에 대한 평가' 세미나에서도 장기보유 세제 혜택 도입과 이월공제 기간 등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세미나를 주최한 유동수 의원은 "장기보유 세제 혜택은 부동산에 장기보유 세제 혜택을 주는 취지처럼 자본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 시대 장기투자 활성화" = 16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기재부의 금융세제개편안에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세제지원이 빠져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장기투자를 유도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부동산이 아닌 자본시장에 장기간 투자하면서 재산형성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장기투자 지원 세제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들의 단기투자성향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투자를 장려하고 촉진하기 위한 세제지원 필요성이 높다"며 "장기투자(1년 이상 보유)에 대해 우대세율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일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발제를 한 문성훈 한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가계실물자산 비중이 82%를 차지하는 등 고령층 자산이 주로 부동산등 실물자산 편중되어 있다(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며 "인구의 고령화로 노후대비를 위한 금융자산 축적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장기자본차익 우대세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또 "현행 주식 양도소득세 규정은 주식의 장기보유를 우대하는 것보다는 대주주 또는 고액투자자의 단기보유를 규제하는 측면에 집중돼 있다"며 "이들과 무관하게 장기보유 시 세율인하 및 양도소득 감면 등의 세제혜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급증한 유동성을 부동산 시장이 아닌 자본시장으로 유도할 방안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단기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저금리 영향으로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자산시장의 거품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문 교수는 "급증한 유동성을 장기투자로 유도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며 "장기투자에 대한 누진세율 적용을 제외하거나, 장기투자에 대한 낮은 세율 적용을 통해 장기투자를 확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자본차익에 대한 세제우대는 단기와 장기를 구분하는 일정기간이 초과되는 경우 동결효과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결효과(lock-in effect)는 과세 이연, 세부담 경감 등의 이유로 자산처분을 미루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 OECD 많은 국가들은 장기자본차익에 대한 세제혜택을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미국·영국·호주·캐나다·스웨덴 등은 장기자본차익 과세를 특별 취급하고 있다.

문 교수는 "장기자본차익의 세제지원은 동결효과 완화를 통해 조세효율성이 전반적으로 개선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또한 간접적으로 분산투자 확대, 위험부담 유인 강화, 자산증식 확산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자본차익 조세우대 기준으로 보유기간기준 이외에도 자산유형별, 투자자별 다양한 기준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 교수는 "모험자본, 인내자본, 벤처기업 등의 안정적인 자금조달을 위해 장기투자가 필요한 투자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일반적인 주식의 장기투자에 비해 우대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며 "퇴직자금, 교육자금, 결혼자금 등 개인의 안정적인 자산형성지원을 통한 장기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일정소득 규모 이하의 개인투자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패널로 토론에 참가한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장기투자 금융소득에 대한 저율의 분리과세, 통산계좌 지정에 따른 저율의 분리과세, 저세율 구간에 대한 분리과세 등 세제 단순화 방안 검토를 제안했다.

◆"효율적 거래 흐름을 막는다" = 반면 기획재정부, 조세재정연구원은 왜 장기투자에 대한 특별 지원이 필요하냐는 입장이다.

김문건 기재부 금융세제 과장은 "단일세율 자체가 장기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라며 "부동산에 대한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 요소가 있어 장기보유가 필요하지만 주식은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재벌 오너들은 대부분 장기투자를 하고 있어 과세형평성에 문제 생길 수 있다"며 "미국과 같이 장단기 투자 전환에 대한 금융기법들이 또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김 과장은 "장기보유 혜택의 경우 장기보유를 위해 매도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등 오히려 효율적 거래 흐름을 막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동익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장기보유 감면은 동결효과를 강화하고 투자를 왜곡하기 때문에 장기보유 감면이 없는 현 방안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위원은 "장기보유 감면이 적용될 경우, 적용 이후의 최종 수익률과 적용 이전의 수익률에 큰 차이가 생겨 감면 적용 이전에 자산을 처분할 유인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자원배분의 왜곡이 극대화 될 수 있다"며 "오히려 효율적 투자를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위원은 또 "자료에 따르면 (종목단위 분석이라는 한계는 존재하나) 햇수로 2년 이상 한 종목을 보유하는 개인들의 비율이 50%를 넘으며, 5년 이상 보유하는 비율도 16%를 넘는다"며 "개인투자자의 단기투자 성향에 대한 우려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금융세제 개편안 쟁점 분석" 연재기사]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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