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 '끼리끼리 문화' 고착화 우려

"21대 들어 '개인주의'도 한 몫"

의장·중진 등 '소통' 중요성 제기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관계가 어색할 만큼 멀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안건처리) 과정에서 일어난 물리적 충돌 이후 불신이 팽배해졌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176석으로 압승한 후 야당출신 보좌진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은 이같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모임, 회동, 소통 등이 필요한 이유다.

17일 여당 모 중진의원은 "국회는 업무적으로는 싸우기도 하고 다른 의견을 내놓고 붙는 회의나 협상을 하기도 하는데 끝나고 나면 동료가 돼야 한다"면서 "과거에는 그런 게 잘 이뤄졌는데 요즘엔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다른 생각이 있더라도 인간적으로 대화가 돼야 하는데 점점 힘들어지는 분위기"라고도 했다. 최근 여야 의원들간 비공식적 모임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공전을 이어갔고 절반이상(151명)이 초선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오랫동안 여야간 소원한 관계의 결과이거나 '개인주의'성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경향이 '진정한 소통'과 '대화와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악수하는 김태년과 주호영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와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 72주년 제헌절인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접견실에서 경축행사에 앞서 열린 5부요인과 여야 정당 대표의 사전 환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무엇보다 지도부간 신뢰가 바닥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4일 '개원식 등 의사일정 합의'에 서명하고서도 야당 의원총회가 끝날 때까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는 얘기를 했다.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간 합의가 수차례 깨진 경험의 결과물이다. 20대 마지막 원내지도부인 이인영-나경원 지도부에서 비롯된 불신의 연장선이다. 패스트트랙이 '불신'의 발화점이 됐다.

21대 국회 초반,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마다 '공부열기'로 가득하지만 들어가 보면 '끼리끼리'가 많다. 의원들의 모임 역시 '교류의 부재'가 드러난 것이다.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이 갈렸다. 진보-보수간 경계선이 명확해지면서 의원연구단체 구성도 다소 배타적으로 변했다. 특히 의원연구단체 지침이 개정돼 2개 정당(무소속도 한 정당으로 간주한다)을 포함해 각 정당에서 '2인 이상' 들어가도록 한 규정을 '1인 이상'으로 바꿔 민주당과 통합당이 서로 상대당 의원들을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10명 이상이 필요한 의원연구단체의 구성원을 민주당이나 통합당에서 9명이 참여하고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의원 1명만 포함시키면 구성요건을 맞춘다는 얘기다.

이 개정은 국회 사무처에서도 '기준 완화'차원에서 검토하기는 했지만 마침 민주당이 요구해 실행될 수 있었다. 의원 1인당 가입할 수 있는 연구단체가 3개를 넘지 못하게 돼 있어 많은 연구단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규정대로라면 민주당 입장에서는 미래통합당 의원들과의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바뀐 규정을 적용하면 정의당, 시대전환, 기본소득, 진보성향 무소속 의원만으로도 가능해 진다. 여당 모 의원은 "민주당 연구단체는 주로 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따라서 규정개정이 여야 등 다른 정당과의 교류를 목적으로 '정당별 2인이상' 참여를 독려한 애초의 연구단체 구성기준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좌진간의 암묵적인 반목은 민주당이 지난달 각 의원실에 보좌진의 개인정보 외에 경력(타당 경력 포함), 현 당원 여부 등을 표기해 제출하도록 보좌진 등록현황 회신 공문을 보낸 것에서 확인될 수 있다. 지난 4월에는 사무총장 명의로 "타당 출신 보좌진 인용시 정밀 검증하라"는 공문이 전달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전면에 선 미래통합당 보좌진을 걸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민주당엔 야당에 대해 감정적으로 불편한 보좌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여년 보좌진으로 일해온 모 보좌관은 "보좌진의 애로를 충분히 알지만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뻔히 아는 사람인데도 물리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배신감을 느꼈다"고도 했다.

모 중진의원실 선임보좌관은 "다른 당 보좌진과 친하게 얘기하면 저쪽과 무슨 관계냐고 물어온다"면서 "왠지 모를 거리감이 만들어져 있다"고도 했다.

국회의장, 지도부, 중진, 보좌진 협의회 등의 중재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오랫동안 멀어져있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본 시간을 메울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상범 민주당보좌진협의회 회장은 "의원, 보좌진마다 상대 당을 대하는 태도나 생각은 다를 것"이라며 "민주당과 통합당 보좌진협의회는 함께 사무처를 방문해 요구하거나 상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만나고 같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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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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