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행동 시정 직접지시 의무 삭제

“파견법 충돌로 잘못 이해, 안전에 구멍”

“도급인(원청)은 관계수급인(하 청)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한다.” 2018년 12월 전부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 법) 제63조 규정이다. 원청에게 하청노동자를 위한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하면서, 단서에서 보호구 미착용 등 작업자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시정지시 등 직접적 조치는 제외시킨 것이다. 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지적받는 조항 중 하나이다.

법안심의에서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2018년 12월 26일 국회 환경노동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원청 안전담당자가 (하청노동자가) 필요한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보고 지적하는데, 이게 직접적 조치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단서를 잘못 단 것 같다”며 “보호구가 필요한 현장에는 보호구를 착용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임서정 차관은 “(보호구 미착용을) 도급인이 보면 당연히 지시할 수는 있지만... 지시를 법령에서 할 수 있는 권한으로 놔두면 나중에 파견문제라든가 이런 부담이 있을 수 있어 이 부분은 (단서를 단 것)”이라고 답했다. 원청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구체적 지시 의무를 놔두면 불법파견문제가 생길 수 있어 직접적 조치는 제외했다는 것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는 “고용부 차관의 발언은 법령을 이행하는 차원이라 하더라도 원청이 하청노동자에게 안전조치를 직접 지시하면 불법파견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하청노동자에게 안전에 대한 직접적 지시는 ‘의무적으로 할 필요 없다’ 또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위험행동을 방치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도급인에게 준 셈이다.

고용부 근로기준국도 지난해 말 개정한 ‘근로자 파견 판단지침’에서 “산안법 제63조에 따라 도급인이 안전조치를 하는 경우 근로자 파견의 징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임 차관 발언을 부정했다.

법에서 원청에 하청노동자를 대상으로 직접적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한 경우, 원청에게 법상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게 법원판례(2005구합11951)로도 확인된다. 고용부가 애꿎게 하청노동자 보호의 중요수단을 스스로 무장해제한 것이다.

한편 고용부 한 관계자는 “도급인의 수급인과 그 근로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그대로 두면 수급인의 책임의식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완화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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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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