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4개 펀드에서 계속 늘어

은행, 라임 배상안 수용 결정 미뤄

“분조위 결정, 배임문제 될 수 있어”

금융소비자 실효적 배상방안 요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에게 투자금 전액 배상이라는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금융회사의 결정이 미뤄지면서 사모펀드 피해구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신청이 접수된 부실 사모펀드는 6월말 기준 26개(10 39건), 규모는 5조6000억원 가량 된다. 3월 4개 펀드에 불과했던 부실 사모펀드 숫자는 3개월 만에 6배 이상 증가했고 점차 늘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를 비롯해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이탈리아 건강보험채권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등 이미 세간에 알려진 환매중단 펀드 뿐만 아니라 삼성A클럽펀드, 아름드리펀드, 이화부동산펀드, 포트코리아부동산펀드 등에 대해서도 분쟁조정이 신청됨에 따라 부실 사모펀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를 열고 라임 무역금융펀드 전액 배상이라는 조정안을 판매사에 권고했다.

하나은행은 21일 이사회를 열었지만 수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금감원에 답변기한을 연장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금감원 분조위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배상을 결정하는 조정안을 권고했을 때 신속히 배상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밝힌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당시 분조위는 투자손실의 40~80 %를 배상하라고 했지만 이번 무역금융펀드는 투자금 전액반환이라는 초유의 결정이라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분조위가 예정돼 있고 이후 부실 사모펀드 분쟁조정이 잇따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배상방안이 요원한 게 현실이다.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은 투자자와 판매사 중 한쪽이 조정안을 거부하면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구속력이 없다.

펀드 투자로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들은 금감원 분조위를 통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해야 하고 3~5년간 법정다툼을 벌여야 한다.

분조위 결정이라고 해서 금융회사들이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 과도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배임 이슈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은행 이사회 일각에서 ‘전액 배상을 한다는 게 정서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얘기를 하는 것으로 안다”며 “배임을 우려하기 보다는 신중하게 검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안에 따라서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는 게 금융회사에게는 배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결국 현행 분조위 조정제도는 구속력이 없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쟁조정 '사모펀드 피해구제' 해법될까" 연재기사]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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