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현장에 원청 지시받는 안전감시단 운영

고용부, 실태 인식한다면서 개선지도는 안해

"안전감시단 업무의 성격상 관리할 일 자체가 없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원청이 감시단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밖에 없다. 건설현장의 성격상 업무가 자주 바뀌기 때문에 거의 매일 지시를 한다고 보면 된다." 경기도 한 아파트건설현장 소속 안전관리자 ㄴ씨 증언이다.

건설현장에 원청 안전관리자의 보조인력으로 안전감시단이 광범위하게 운용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외주(용역) 형식이지만 불법파견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또 전문성이 없는데다가 원청 소속도 아니어서 제대로 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지방관서에 구체적인 개선지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개혁위, 안전감시단 관행 개선권고 = 문재인정부는 사회 각 분야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고용노동행정분야도 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를 구성해 적폐청산에 나섰다. 9개월간의 활동 끝에 2018년 9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건설현장에서 안전업무의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안전감시단의 경우, 근로계약은 외부인력업체와 체결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는 건설현장에 파견돼 건설업체로부터 업무시간·장소, 배치 등에 대한 지휘감독을 받는 형태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제5조 제3항에 따르면 건설공사현장의 업무는 파견이 금지돼 있다'며 '외부 인력업체를 통한 안전감시단 운영은 파견업의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계없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상당수 안전감시단의 경우, 현행법을 위반하는 활동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따른 건설업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및 사용기준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 사용이 인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혁위원회는 '불법적인 활동이 버젓이 용인되고 있고, 게다가 안전보건관리비 사용 인정까지 이뤄지고 있다'며 개선을 권고했다.

6월 10일 오전 서울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안전감시단 독자적으로 일 못해 = 건설현장의 안전감시단 불법운영 실태는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개혁위원회 보고서 지적대로 대부분의 안전감시단은 원청의 직접 지시를 받는 불법파견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의 강원도 토목현장 안전팀장 ㄱ씨는 "안전감시단이 현장의 어느 장소에 가서 어떤 일을 할지는 안전부서(원청)의 지시를 받는다. 안전감시단의 성격상 아웃소싱업체 독자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 아웃소싱업체는 현장에 사람을 보내주는 단순용역업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아파트건설현장 소속 안전관리자 ㄴ씨도 "원청에서 감시단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밖에 없다"며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일을 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플랜트건설현장 안전관리자 ㄷ씨는 "원청이 팀장을 통해 안전감시단에 일을 시키더라도 팀장은 업무 전달자에 불과하지 관리자라고 할 수 없다. 감시단회사의 소장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시단원들만 오고, 그 중의 한 명이 팀장 역할을 할 뿐이다. 팀장도 다른 감시단원과 똑같이 대부분 감시업무를 하지 관리라고 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원청 지시 받으면 파견에 해당" = 원청의 직접 지시를 받는 안전감시단이 법에서 금지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점은 고용부 지침으로도 확인된다. 고용부가 2019년 12월 30일 개정한 '근로자 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수급인등의 현장책임자, 현장대리인 등이 수급인등 소속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휘·명령을 하였다고 하여도 도급인등이 결정한 사항을 전달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의 징표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감시단 팀장이 업무를 지시하더라도 원청의 업무전달자에 불과하면 근로자파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안전감시단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점은 법원판례로도 확인된다. 2008년 8일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에서 타이어포장업무에 종사하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근무형태가 파견근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최수환 판사)는 2015년 4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는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중략)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관해 상당한 지휘.명령을 하였다면 (중략) 설령 협력업체의 현장대리인이 소속 근로자에게 구체적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 하더라도 사실상 피고인의 결정사항을 전달한 것에 불과해 (중략)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도움주기보다 폐해 더 많아" = 안전감시단은 불법파견문제뿐만 아니라, 건설현장 안전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더 문제로 지적된다. 안전감시단은 대부분 건설안전 관련 자격이 없고 건설현장 경험조차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다.

20년 이상 안전부서에서 근무한 전 건설현장 안전팀장 ㄹ씨는 "안전감시단은 안전관리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폐해가 더 많은 것 같다"며 "관리감독자(시공부서)가 안전감시단에게 떠넘기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서"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원래 안전에 관한 지도감독은 시공부서 쪽에서 해야 하는데, 스스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안전감시단이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안전감시단을 많이 쓰다 보니 산업안전보건관리비가 인건비에 과다하게 쓰여 정작 써야 할 곳에 못 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안전감시단은 원청 직영 노동자가 아니다 보니, 다른 하청노동자가 그들의 지도나 조언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수시로 발생한다. ㄹ씨는 "안전감시단과 작업자 간에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고용부, 현장실태 알려고 안해" = 고용부는 지방관서에 안전감시단과 노동관계의 실질성에 관한 지도감독 실시방침을 시달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는 '고용부가 지방관서에 시달한 지침 등이 있다면 해당 자료를 어떤 형태로든 알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것도 제출받지 못했다.

고용부 산업안전과 한 관계자는 "개혁위원회 개선권고를 수용했다. 지방관서에서 사업장을 상대로 안전감시단에 대한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감시단이 여전히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못했다.

고용부 지청장 출신인 정진우 교수는 "고용부(본부)가 전문성도 없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현장의 실태에 눈감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근로감독관이라는 좋은 수단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리고 많은 비용을 들이고도 산재예방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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