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안법 개정해 뒤늦게 허점 보완 … 법안발의 4일만에 상임위 통과

20대국회 마지막 환경노동위원회가 열린 2020년 5월 11일. 김학용 위원장은 긴급하게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상정해야 한다며 위원회 의결을 요청했다. 미래통합당 임이자 의원이 발의했지만, 사실상 고용노동부가 요청한 청부법안이다.

국회법 제59조는 위원회에 회부된 날부터 15일이 지나지 않으면 의안을 상정할 수 없고,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위원회 의결이 있는 경우는 예외로 명시했다. 법안 발의일이 5월 7일이고 위원회 회부일은 다음날인 8일이다. 11일은 법안이 회부된 지 3일째라 숙려기간 15일이 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는 법안상정을 할 수 없다. 이에 위원장이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며 위원회에서 의결을 요청한 것이다.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는 '입법실수의 시정'이다. 2018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0년 1월부터 시행된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린 전부개정 산안법에 큰 허점이 있어 이를 긴급하게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긴급상정으로 법안 발의 후 4일만에 상임위원회를 '초고속'으로 통과했다. 다시 9일 후인 5월 20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달아 통과했다. 법안 발의 후 본회의 통과까지 13일만에 통과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법사위와 본회의가 더 일찍 열렸으면 기록을 더 앞당길 수도 있었다.

입법허점의 핵심내용은 벌칙규정 누락이다. 전부개정 산안법 제55조 제1항은 사업장의 일부분인 '동일한 작업'에 대해 작업중지명령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제168조는 사업주가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그런데 제55조 제2항에 따라 '사업장 전체'에 발령한 작업중지명령은 사업주가 위반해도 아무런 처벌규정이 없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2019년 11월 "전자에 대해서만 처벌하고 위반의 정도가 심한 후자에 대해서는 처벌규정이 없는 것은 명백한 입법실수"라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이런 지적을 처음에는 부인하다가 뒤늦게 인정했다. 전부작업중지 명령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입법예고 당시에는 한 개 항으로 돼 있던 작업중지명령 규정이 입법과정에서 사업장 일부분에 대한 작업중지명령과 사업장 전체에 대한 작업중지명령으로 나뉘어지며, 1항에서 분리된 2항에 처벌규정을 두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해 누락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법안이 통과됐지만, 시행일은 오는 9월 10일이다. 그 전까지는 고용부의 전부작업중지 명령을 위반해도 처벌할 수 없는 입법공백상태가 지속되는 게 불가피하다.

'김용균법'으로 칭한 전부개정 산안법이 얼마나 졸속으로 처리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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