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동안 10배 커진 경제 … 최근 30년 제자리 걸음

인구감소·천문학적 나라빚으로 미래도 암울한 전망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출발해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한때 '빅2'의 경제규모를 가졌던 나라다. 지금도 일본은 '빅3'의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경제는 아베 정권 등장 이후 부분적으로 살아나는 듯하더니 최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전후 75년을 맞는 일본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일본의 아베정권은 올해 도쿄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참사를 딛고 일어선 국가부흥의 상징으로 세계에 알리고 싶어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올림픽이 연기된 데 이어 경제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30년 가까이 이어진 장기 불황의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7.0% 추락 위험성 = 일본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했다. 일본정부는 지난달 30일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고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플러스 1.4%에서 마이너스 4.5%로 대폭 하향해 수정 발표했다. 하지만 '총합경제데이터뱅크' 등 민간예측기관은 최대 -7.0%까지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지 75년이 되는 해이다. 사진은 지난 9일 나가사키에서 열린 원폭피해자 추모행사 당시 위령탑에서 묵도하는 시민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에 따라 올해 일본의 실질GDP 성장률은 전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은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인 2008년(-3.4%)과 2009년(-2.2%) 두 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이 가장 나쁜 기록이다. 따라서 민간기관이 예측한 -7.0%는 물론, 일본 정부가 예상한 -4.5% 수준에 머물 경우 전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셈이다. 올해 일본경제 역성장의 최대 이유는 코로나19의 확산이다. 일본은 지난 4월 중앙정부 차원에서 긴급사태를 선언하면서 사람들의 외출을 자제시키고, 상점이 휴업에 들어가는 등 경제활동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이러한 영향으로 개인소비와 설비투자, 수출 등은 급감했다.

사실 일본경제는 전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초고속 성장을 해왔다. 일본 내각부가 내놓은 '국민경제계산'에 따르면, 1955년 본격적인 경제부흥기를 시작으로 불과 35년 만에 경제규모를 10배 가까이 성장시켰다. 일본의 실질 GDP 규모는 1955년 47조9393억엔에서 1990년 453조6039억엔으로 946.2% 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일본의 GDP 규모는 533조5899억엔으로 1990년에 비해 17.6% 성장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올해 최대 -7.0% 역성장할 경우 일본의 GDP는 496조2387억엔으로 줄어들어 아베 총리가 취임한 해인 2012년(499조엔3239억엔)의 경제규모를 밑돌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1990년(453조6039억엔) 경제규모에서 10% 안팎 성장하는 데 그치는 것이다. 일본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이라고 불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아베 정권도 경기가 후퇴기에 들어섰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달 22일 "2012년 12월부터 시작한 경기확대국면이 후퇴로 전환했다"면서 "경기 정점은 2018년 10월이 유력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아베 정권은 그동안 각종 경제지표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으로 경기가 후퇴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정부, 재정건전화 목표 4년 미뤄 = 일본정부가 재정건전화 원년을 당초 2025년에서 2029년으로 4년 늦추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지난해 GDP대비 2.6%의 적자 재정을 펼친데 이어 올해는 12.8%의 재정적자를 가져올 전망"이라며 "일본은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긴급 지원금 편성 등을 이유로 재정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내각부는 당초 2025년을 흑자재정 원년으로 삼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에서는 GDP대비 1.1% 정도의 재정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정부는 당초 중장기 재정계획을 마련하면서 2021~22년은 실질 경제성장률을 3% 중반대, 그 이후는 2% 정도의 안정적인 성장을 예상하고, 2023년쯤 명목 GDP가 600조엔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재정계획을 마련했다.

일본의 재정악화는 선진국 중에서도 눈에 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6월 발표한 추산에 따르면, 2019년도 GDP 대비 1.6%였던 가맹국 전체의 재정적자 규모는2020년도 9.4%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 11.4%로 미국(11.9%)에 이어서 두번째 규모로 관측했다.

일본정부의 국채 규모는 GDP의 두배를 넘는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국채는 1032조6260억엔이다. 국고채(98조2162억엔)를 합치면 1130조8422억엔이라는 막대한 규모이다. 특히 일본정부는 올해 4월 이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전국민 10만엔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120조엔 안팎의 추경예산을 편성하면서 국채 규모는 더 늘어났다.

일본 국채의 47.2%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고, 은행권(14.4%)과 보험회사(21.1%) 등이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 내에서는 향후 제로금리에 가까운 국채의 수익성을 볼 때 금융회사들이 대규모 매도를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총인구 11년째 감소, 지난해 50만명 줄어 = 일본 경제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인구감소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 5일 발표한 '인구동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1일 현재 일본의 총인구는 1억242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만5046명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에 줄어든 인구는 1968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로 11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는 것이다. 특히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는 전체 인구의 59.3%로 3년 연속 60%를 밑돌아 역대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외국인은 286만6715명으로 지난해보다 7.5% 늘어나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의 생산가능인구는 85.3%에 달해 일본이 갈수록 외국인 노동력에 의지하는 인구구조로 변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일본의 출생아 수도 해마다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2016년(97만6978명) 처음으로 100만명대가 깨진 이후 불과 3년 만인 2019년(86만5234명)에는 사상 처음으로 90만명대도 깨졌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총인구는 2055년 9744만명으로 1억명을 밑돌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2065년에는 9000만명대도 깨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2035년 전체 인구 3명당 1명, 2065년에는 2.6명당 1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전후 75년, 일본경제의 빛과 그림자" 연재기사]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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