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 수준 경제규모 회복은 2024년에나 가능"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원인, 기업 체질 디지털화에 사활

일본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으로 출발해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한 때 '빅2'의 경제규모를 가졌던 나라이다. 지금도 일본은 '빅3'의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경제는 아베 정권 등장이후 부분적으로 살아나는 듯하더니 최근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전후 75년을 맞는 일본경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면, 최악의 경우 일본경제는 2029년부터 항상적인 마이너스 성장에 시달릴 것이다."
일본의 올해 2분기 실질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7.8% 감소해 전후 최악의 성적을 드러냈다. 사진은 17일 도쿄항 국제화물터미널에서 화물을 선적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일본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달 '중기 경제예측보고서'에서 자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전망했다. 당초 2030년 전반기까지 플러스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의 축소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향후 15년간 GDP 2550조원 실종 예상" =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까지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을 추계하면서 어떻게 가더라도 2030년대 초반부터는 경제규모가 본격적으로 축소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다만 두가지 시나리오를 통해 일본이 축소경제로 들어서는 시점과 속도를 달리 예상했다.

우선 '표준시나리오'이다. 비교적 정상적인 경로의 예상으로 올해 안에 코로나19의 확산을 수습하고,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정상 개최해 외국인 관광객도 조금씩 늘어나는 긍정적인 경우이다. 보고서는 "실질GDP가 2018년도 수준으로 돌아가려면 2024년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그렇더라도 2035년도 경제전체 규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2.2%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2020년부터 2035년까지 줄어드는 GDP의 총규모는 230조엔(2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18일 민간 경제전문가 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경제가 지난해 3분기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2024년이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올해 2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7.8% 성장하면서 전후 최악이어서 3분기에는 기저효과 등으로 플러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3분기 이후 경제가 회복하더라도 2분기에 줄어든 규모의 1/3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의 신야 요시타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난지원금 효과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가 회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총합연구소 조사부는 이번달 내놓은 '일본경제전망' 보고서에서, 경제활동 수준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점을 2022년 이후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개인소비가 올해 3분기(7~8월기)에 연율 환산 10% 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2분기(4~6월기) 후퇴한 것에 비하면 제한적인 회복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악몽의 시나리오로 가면 = 일본경제연구센터의 두번째 시나리오는 이른바 '악몽의 시나리오'다. 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미중간 경제전쟁이 확대되는 등 세계경제가 공황급의 위기로 갈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보고서는 "세계경제는 2028년 이후 1%대 성장으로 추락하고, 미국의 GDP총액이 2030년대 들어서면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라며 "일본은 2021년 추가로 30조엔 이상의 추경예산 편성이 불가피해지는 등 정부의 채무는 현재 1100조엔 규모에서 1500조엔 규모로 늘어나 명목GDP 대비 32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 경우 2029년부터 일본의 GDP는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시작해 2030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마이너스 0.4%의 축소경제로 들어서게 된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일본경제가 최대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의 획기적인 변화를 주문했다. 보고서는 "GAFA(애플 등 미국의 IT기업)형태의 기업은 코로나19 경제에서 더 성장하고 있다"면서 "일본기업도 근무형태의 변화 등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일본경제의 암울한 미래는 결국 인구구조의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소비와 투자가 감소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정착되고 있어서다. 일본 총무성은 올해 1월 기준으로 일본의 총인구가 1억2427만명으로 지난해보다 50만명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일본 인구가 정점에 달했던 2010년(1억2806만명)에 비해 400만명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일본 국토심의회는 지난 2011년 일본의 향후 추계인구를 전망하면서 2030년 1억1522만명으로 줄어들고, 2050년(9515만명)과 2100년(4771만명)에는 각각 1억명과 5000만명 이하로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일본 내각부는 17일 올해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이 1분기 대비 마이너스 7.8%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은 마이너스 27.8%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7.8%)보다 10%p 낮은 수치로, 일본이 관련 통계를 낸 1955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역성장이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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