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980년 55수준에서 33으로 급감 … 정부 R&D지원 56.8%, 독일보다도 높아

코로나19로 한국경제의 아픈 손가락인 중소기업과 청년일자리가 다시 한번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도 면역력이 강한 사람에게는 감기 앓듯 지나가지만 기저질환자나 노약자에게선 목숨을 앗아간다. 어떻게 한국 중소기업과 청년일자리에 면역력을 강화할 수 있을까?
내일신문은 정미경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다섯 차례에 걸쳐 중소기업이 인력양성제도인 아우스빌둥(Ausbildung)을 이끌며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독일의 사례를 재조명한다. <편집자 주>

OECD는 2018년 '한국 중소기업과 기업가 정신에 역동성 제고'라는 보고서에서 중소기업 노동자 1명당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1/3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 비중이 대기업 노동자 1인당 부가가치를 100으로 봤을 때 중소기업은 32.5에 그쳤다.(표1) 대기업과 비교한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와 아일랜드가 한국보다 낮을 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는 날이 갈수록 급격히 커지고 있다. 1980년대 대기업을 100으로 했을 때 50~60% 선에 달하던 대기업 생산성 대비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2000대 이후 30%에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표2> 기업 규모간 생산성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심각하다.

임금은 생산성을 반영한다. 생산성의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격차도 커졌다. 2019년 30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대기업의 58.6% 수준이다. 이것도 낮은 생산성을 메꾸는 연장근무와 휴일근무로 노동시간을 늘려 달성한 것이다.


◆독일 중기, 세계 최고수준 생산성 = 독일의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을 약 70%까지 따라잡고 있다. 자세히 보면 독일의 대기업은 세계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보유한 글로벌 리더들이다. 세계적으로 3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폭스바겐(VW), 세계 자동차시장을 리드하는 BMW 와 다임러(Daimler), 세계 최대의 전기·가스회사 에온(EON), 유럽 최대의 엔지니어링기업 지멘스(Siemens), 세계 굴지의 화학회사 바스프(BASF). 독일의 중소기업은 최고의 생산성을 보유한 세계 굴지의 대기업들과 비교해 약 70%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세계최고 수준의 중소기업 생산성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중기 독일과 비교해 영세 = 2018년 기준 독일 전체 기업의 수는 약 347만개이다. 한국 전체 기업수가 381만개인데 독일의 인구 규모 8300만명과 비교하면 독일은 인구 24명당 한개의 기업이, 한국은 인구 14명당 한개의 기업이 존재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기준만 아니라 상대적으로도 한국 기업의 수가 더 많다. 독일중소기업연구소(IFM Bonn)는 종업원수 500명 미만 그리고 매출 5000만유로(약 700억원) 미만의 기업을 중소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기준으로 99.5%의 기업이 중소기업에 속하고 그 숫자는 약 346만개이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매출을 기준으로 할 때 3년 평균 매출이 약 400억원 이하에서 약 1500억원 이하까지 중소기업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에 다양한 다른 기준이 추가된다.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의 수를 독일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는 전체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에 속한다. 예외적인 일부를 제외하면 한국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독일의 중소기업을 종사자 규모별로 보면 9인 이하 소규모 기업 비율이 전체 중소기업의 62.1%로서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비율이 88.6%다. 독일에 비해 중소기업이 규모에서 영세하다.

◆변변치 않은 일을 하면 실업자 = 독일 중소기업에 고용된 노동자의 수는 직장에서 사회보험에 가입된 노동자를 기준으로 약 1777만명이다. 사회보험가입을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변변치 않은 노동(Geringfugige Beschaftigung)을 하는 사람은 취업자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의미다. 변변치 않는 노동을 하는 사람이란 1년에 두 달 이하 또는 1년에 50일 미만으로 근로계약이 제한된 경우 또는 월 보수가 450유로(약 63만원) 이하인 경우다.

이들은 독일 국내법상 실업자이고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다. 전체 취업자중 변변치 않은 노동을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노동을 하는 사람이 약 57.6%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에 대해 이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아 한국과 독일의 중소기업 종사자수를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한국 중기 취약은 대기업 취약으로 이어져 = 독일은 중소기업이 독일 전체 기업매출의 34.4%를 감당하고 있다. 346만개 기업이 매출 2조4000억유로(3363조원)를 달성한다. 2017년 한국 중소기업의 매출액은 381만개 기업이 1804조원을 달성했다. 그 비중은 전체 기업매출의 37.9%로 집계됐다. 대략적으로 하나의 중소기업이 달성하는 매출액을 계산하면 독일의 경우 연 평균 9억7000만원, 한국의 경우 평균 4억7000만원이다.

독일 중소기업의 매출이 한국의 중소기업 매출에 비해 약 두배에 달한다. 한국 중소기업의 총 매출이 1804조원으로 독일에 비해 적지만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높은 것은 한국은 중소기업이 독일에 비해 영세할 뿐 아니라 대기업도 독일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OECD 기준 2017년 전체 기업 수 대비 대기업 비율은 한국은 0.09%인데 독일은 0.48%에 달한다. 2015년 OECD 보고에 따르면 국가별로 전체 수출금액 중 중소기업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은 32.5%인 반면 우리나라는 20.5%이다.

◆한국 중기 연구개발비 독일에 뒤지지 않아 = 독일에 중소기업이 크고 강하고 경제적 성과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 중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종업원수 500인 미만인 독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는 년 104억유로(약 14조원)다. 이는 전체 기업 연구개발비의 11.2%를 차지한다. 한국의 경우 중소기업의 연구개발비는 2017년 기준 13조6910억원으로 전체 기업 연구개발비 중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1.9%이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도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 2016년도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비 전체 집행액 19조44억원 중 중소기업 지원은 2조8973억원에 달했다. 250명 미만의 기업에 대한 정부 R&D 지원이 56.8%로 독일(45.0%)과 비교해 높다. 영세한 규모의 기업들에 더 많은 연구비가 지원됐고 지출된 연구개발비와 견줘 한국의 중소기업이 보인 매출과 수출의 성과는 높지 않다. 중소기업을 위한 연구개발비에서 만큼은 독일에 비교할 만큼 지출했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중소기업의 체질을 강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 있는 것, 한국에 없는 것 = 한국 중소기업에는 없지만 독일 중소기업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기업의 목적은 상품과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생산해 판매하고 그로부터 달성된 이윤을 관리해 기업의 투자와 직원의 복리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는 중심에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독일은 기업현장과 학교로 이원화된 기술인력 양성제도, 아우스빌둥을 통해 기업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장기적으로 소속감을 갖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숙련 위주의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2018년 기준 아우스빌둥 훈련생의 81.7%가 중소기업과 훈련계약을 체결하고 기술을 배워 직업인이 된다. 중소기업은 이렇게 양성된 기술인력을 바탕으로 대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이른바 독일의 히든챔피언이다. 기업 발전과 혁신의 원동력은 기술인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 합리적 가족주의, 지역이 강한 독일의 전통을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독일식 사회적 시장경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불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한다. 이러한 것이 독일 중소기업의 차별성이다. 이를 기초로 독일의 중소기업 경쟁력이 만들어진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장이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독일식 비결을 찾는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