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조사는 외주 주고 처벌에만 집중

재해조사보고서도 비공개, 활용 못해

같은 유형의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고용노동부의 부실한 재해조사가 있었다. 철저한 조사로 사고원인을 밝혀내 널리 알려야 재발을 막을 수 있는데, 원인조사가 부실하고 결과도 대부분 공개되지 않아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4조와 제56조는 산업재해 조사를 정부의 책무로 명시했다. 산재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 지방관서가 원인조사를 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안전보건공단이 대부분의 일을 한다. 고용부는 인력과 역량 부족을 핑계로 댄다. 재해원인조사는 종합적이고 근본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대부분 법위반사항 찾기 위주로 이뤄진다. 감독기관 부실도 근본적인 사고원인일 수 있는데, 고용부 잘못을 안전보건공단이 지적할 수 없다.

게다가 재해원인조사의 상당부분은 사고발생 사업장에 안전보건진단 명령을 남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사업주 의뢰를 받아 외부기관이 수행하는 안전보건진단으로는 사고원인을 제대로 규명하기 어렵다.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 위치에 있는 안전보건진단기관은 기업이 싫어하는 지적도, 강제조사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진단기관의 전문성도 크게 떨어진다. 그러다보니 이들이 작성한 조사보고서는 형식적이고 부실하다는 게 사업장 관계자와 현장 근로감독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재해조사는 고용부의 중심적인 기능이어야 하는데, 이를 외부기관에 의지하다 보니 근로감독관의 역량이 축적되기는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현재와 같이 법위반사항을 확인하고 위반행위자를 처벌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사고조사를 통한 원인규명과 사고재발방지, 사회의 안전성 향상을 소홀히 하는 것은 근로감독관제도를 만든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산안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해조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사고사례야 말로 가장 훌륭한 교육자료지만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아 다른 기업들이 참고할 수도, 연구자가 분석할 수도 없다. 고용부 한 관계자는 “안전보건공단에서 일부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해조사를 고용부 대신 안전보건공단이 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또 매년 800건이 넘는 사망사고 중 고작 10건 정도만 공개돼 생색내기 수준이다.

정 교수는 “재해조사보고서는 공공자산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재해조사가 그만큼 부실하고 산재예방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