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술기업 유동성문제 대비를 … 정책금융 활용

기업들 최악의 경우 고려해 다양한 경영계획 세워야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기존 세상의 질서를 바꾸고 있다.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산업과 경제에 뉴노멀(New Normal)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비상이다. 특히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미래가 암담하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내일신문은 코로나19시대에 중소기업 생존방법의 지혜를 얻기 위해 전문가 인터뷰를 연재한다.

주영섭 고려대 석좌교수는 서울대 기계공학과, 펜실베니아주립대 산업공학 박사 출신이다. 글로벌 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 계열사인 GE써모메트릭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아시아태평양총괄 사장을 각각 거쳐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회 위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등 을 두루 역임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불확실성 시대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경영계획을 짜야한다. 위기의 시대에 최고경영자(CEO) 안목과 혁신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기술혁신형 기업의 유동성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의 첫마디는 '시나리오 경영 구축과 유동성 문제 해결'이었다. 기업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꺼내들 수 있는 카드(경영계획)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중 제일 중요한 지점은 현금 확보(유동성)다. 주 교수는 "기업들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정부도 준비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에게는 과감한 지원으로 돈맥경화에 빠지지 않도록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이후 세계시장을 겨냥해 기술기업의 무장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과감한 기업 인수합병(M&A)도 제안했다. 코로나19로 세계경제가 위축되면서 견디지 못한 기업을 M&A 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라는 것이다. 기회가 오면 M&A로 기업 기술력과 세계시장 공급망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이 탈세계화를 할 때 우리는 세계시장 진출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정부의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주 교수와의 일문 일답이다.

■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될 것 같다. 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지금은 예측이 불가능한 시기다. 기업인 입장에선 시나리오 경영을 해야 한다. 무조건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시나리오도 있고 나쁜 시나리오도 있다. 특정 계획만 갖고 대응하면 위험하다. 계획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유동성 확보다. 비업무용 자산 처분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문제 발생 후 현금확보는 불가능하다. 가장 안좋은 상황에 대비해 준비해야 한다.

■ 연구개발 등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유보금이 많은 대기업들에게는 기회다. 현금을 확보한 기업은 과감히 M&A해야 한다. M&A로 기술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시장 공급망을 확보할 기회다. 연구개발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경영하면 좋은 기회를 앞두고 침몰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조심해야 한다. 중소기업 경영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자신있는 중소기업도 M&A 기회를 살려야 한다.

■ 이때 정부가 펼쳐야 하는 정책은

정부는 정책금융으로 기업들에게 최대한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다만 좀비기업에게 지원하면 안된다. 확실한 계획을 가진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제조기반 기술혁신형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 기술혁신형 기업만이 포스크코로나시대에 올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제조기반 기술혁신형 기업이 유동성 문제에 봉착하지 않도록 정부가 과감히 정책금융을 동원해야 한다.

■ 제조기반 기술기업을 강조하는 이유는

최근 플랫폼기업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이를두고 일부에서 제조업은 끝났다고 한다. 서비스와 플랫폼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사고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형 수출경제다. 플랫폼기업의 해외수익이 얼마나 되나. 제조기반 기술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이 한국경제의 기반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이다. 국내 기술기업이 서비스를 장착해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진다. 즉 제조업이 제품서비스를 갖추는 것이다.

■ 그동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강조한 이유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은 데이터 기반의 기업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기업의 모든 것이 디지털화로 탈바꿈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경제, 플랫폼경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앞으로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온라인경제에서 정부와 기업은 핵심역량을 갖춰야 한다.

디지털 전환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하다. 정부나 기업이 모두 '데이터'를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목적으로 데이터를 모으느냐이다. 품질향상, 비용절감, 생산성 제고 등 데이터 활용 목적에 따라 데이터가 수집돼야 한다. (비즈니스)목적도 없이 데이터를 모으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 기업의 디지털화 과정에서 CEO 역할이 중요한데

맞는 이야기다. CEO 마인드가 우선 중요하다. 스마트공장이기 때문에 공장장이 다 알아서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스마트공장은 공장혁신이 아니라 기업혁신이고 생태계혁신, 비즈니스혁신이다. 궁극적으론 '스마트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서 CEO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나 기업은 관련 인재 양성에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관련 인프라 구축도 신경써야 한다.

■ 중기부 출범 3년이 됐다.

중소기업정책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책을 하는 조직이다. 기능 중심인 일반 부처와는 다르다. 모든 부처정책에 중소기업이 포함돼 있다. 따라서 반드시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경쟁하는 조직으로 비쳐지면 큰일이다. 완전한 협업체계가 돼야한다. 아쉬운 점은 정부부처가 협업에 약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시대, 중소기업 갈 길을 묻다" 연재기사]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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