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평가 활성화, 정부 의지와 노력이 관건

고용부·공단 전문성 부족, 위험성평가 부실 초래

유럽연합은 위험성평가를 안전관리의 핵심적인 기준으로 정하고,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 기업들이 평가를 쉽고 정확하게 할 수 있도록 많은 직종과 업종, 위험요인별로 무엇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에 관한 다양한 자료와 지침을 개발해 홍보하고 현실에 적용하도록 지도한다. 선진국의 산재율이 낮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3년 위험성평가제도를 도입했지만 선진국과 비교해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업들이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다양한 기반조성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매우 부족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는 "정부가 위험성평가에 대한 의지가 없는 기업을 처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방법을 모르는 기업에 효과적으로 안내·지도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에서 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한 지침이나 방법이 제시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평가할 의지도 생기지 않고 엄두도 못낸다"며 "위험성평가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평가단계별 상세설명자료, 위험요인별 실시방법, 업종·직종별 실시방법 등을 자세하게 해설한 자료를 다양하게 개발해 지속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제도도입 7년이 지났지만 위험성평가 활성화와 내실화를 위한 기반 조성은 소홀히 하면서 '평가를 실시하지 않아도 처벌하지 말라'는 엉뚱한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성평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전하기는커녕 답보상태에 있거나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그나마 안전보건공단이 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충남 소재 한 대기업의 안전관리자 A씨는 "안전보건공단 직원이 소규모 사업장에나 맞을 위험성평가 기법을 우리와 같은 대기업에도 일률적으로 적용하려고 한다"며 "기업에서는 맞지 않는 지도라고 생각하면서도 안 따를 수 없는 실정이다. 공단의 어설픈 지도가 기업의 위험성평가에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컨설팅 기관의 컨설턴트 B씨는 "소규모기업이 위험성평가를 하면 산재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산재예방요율제도는 바람직하다"면서도 "안전보건공단이 크라스(KRAS)라고 하는 자신들의 단순한 기법만을 고집하고 이 기법대로 하지 않으면 인정해 주지 않는다. 위험성평가에는 현장 실정에 맞는 더 좋은 기법이 있을 수 있는데 공단 직원이 그걸 모르다 보니 현장의 위험성평가가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단 크라스는 위험요인 분류기준의 범위와 경계가 불분명하고 부정확한데다가 위험요인이 많은 사업장에 적용하기에는 너무 단순해 문제가 많은데, 공단에서는 이것을 모델인 양 지도하고 있다"며 "위험성평가 지도·홍보자료부터 정확하고 세련되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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