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공공기관서도 속출

지자체 "방역 방해 행위엔 무관용"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434명 발생했다. 전날 인천과 광주에서 8.15 서울 광화문집회를 고리로 한 추가 확진자가 쏟아졌고 다중이용시설과 정부·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도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을 방해하는 행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자 지자체들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인천에서만 26일 하루 확진자가 64명 발생했다. 코로나19 국내유입 후 하루 확진자로는 최대치다. 27일 오전에도 확진자 15명이 더 추가됐다. 가장 큰 문제는 교회발 집단감염이다. 이날 서구 주님의교회에서 확인된 것만 25명이고 누적 30명이 확진됐다. 이 가운데 1명은 광화문집회에 다녀와 확진된 환자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됐다.

교회 건물 내부에 부착된 방문 자제 안내문 | 인천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26일 오후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인천시 서구 심곡동 교회 건물 승강기에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 연합뉴스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영향으로 확진자가 늘어나기 시작한 이후 인천에서만 벌써 3번째 교회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특히 서구 주님의교회는 철야예배 숙식 여행 등 방역수칙 위반을 의심할 만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광주 무더기 확진사태는 '허위진술' 탓 = 광주·전남에서도 26~27일 이틀간 코로나19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광주에서만 이틀만에 5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 신도 30명이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39명이 신규 확진됐다. 27일에도(오전 8시 기준) 청소용역관련 확진자 4명, 동광주 탁구클럽 관련 확진자 10명 등 신규 확진자가 15명이나 발생했다. 이번 성림침례교회 무더기 확진사태는 지난 24일 확진된 60대 여성 A씨의 '허위 진술' 때문이다. A씨는 친구와 함께 지난 15일 무등경기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광화문집회에 다녀왔다. 이후 16일과 19일 광주 북구 성림침례교회에서 3차례 예배를 봤지만 역학조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지난 25일 성림침례교회 교인이 화순보건소에 제보하면서 탄로났다. 방역당국은 25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A씨와 함께 예배에 참석한 교인 620명의 검체를 채취했고, 교인 30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전체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27일 오전에 민관대책위를 소집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검토했지만 당분간 2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전남 순천에서도 서울 방판발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다. 26일에만 순천에서 확진자 9명이 발생했고, 27일(오전 8시 기준)에는 담양에서 1명이 발생했다. 순천에서는 지난 20일 재유행 이후 일주일만에 41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남 천안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충남도에 따르면 26일 발생한 15명의 확진자 가운데 9명이 천안에서 확진됐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동산교회 등 집단감염의 여진은 물론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20일 이후에만 확진자가 40명을 훌쩍 넘겼다. 이 때문에 지역에선 올해 2∼3월 줌바댄스 집단감염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천안은 수도권과 지방을 연결하는 길목으로 자칫 또 다른 확산의 거점이 될 수 있다.

강원도 원주시도 비상이 걸렸다. 강원도 전체 확진자 180명 가운데 원주에서만 100명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원주에 거주하는 10대 2명이 26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지난 16일 사랑제일교회 예배를 다녀온 20대 여성이 확진판정을 받은 지 11일 만에 73명이 확진됐다. 체조교실발 확진자는 2·3차 감염까지 포함해 60명으로 늘었다. 이에 강원도와 원주시는 27일부터 치악산황둔청소년수련원을 생활치료시설로 운영한다.

공공기관에서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경기도에서는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17센터(학교폭력신고센터) 직원 1명과 군포시 대동(군포1·2·대야동) 환경직 공무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일부 시설이 폐쇄됐다. 경남 김해시에선 지난 24일 간부회의에 참석한 도시개발공사 사장이 확진판정을 받아 시청과 별관, 의회건물이 모두 폐쇄됐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와 정부 관광홍보관인 청와대 사랑채 등에서도 확진자가 1명씩 나왔다.

◆청와대 사랑채, 경남 김해시 등서 확진 = 이처럼 전국 곳곳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지만 방역당국의 행정명령을 어기거나 역학조사를 방행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광주 성림침례교회 집단감염의 경우 '허위 진술'이 사태를 키웠다. 방역당국은 "해당 확진자가 확진 뒤 동선을 제대로 이야기 했다면 추가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향후 고발 조치와 구상권 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박남춘 인천시장도 서구 주님의교회 집단감염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잘 관리해온 다른 많은 교회들의 노력을 허사로 만든 일부 교회의 매우 부적절한 행태에 분노한다"며 "심층역학조사를 통해 사실을 명확히 확인하고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역시 방역 방해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최근 방역의료기관에 대한 막말, 역학조사 거부·방해, 진단검사와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비협조, 동선 거짓 진술 등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관련 가평군은 확진 판정을 받고도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보수단체인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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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김신일 홍범택 윤여운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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