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생활치료센터 확보 호소

종교계, 위기 극복 동참 움직임

"공적기관들 모범 보여야" 지적도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코로나19 병상 문제 해결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방역당국에선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로 확진자 증가세가 통제되길 희망하지만 일각에선 골든타임을 놓치면 외국처럼 체육관을 치료시설로 이용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증 환자 병상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생활치료센터 확보다. 당장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 병상을 추가 증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중증환자만으로 보면 어느정도 우리 의료 시스템으로 감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증상이 완화된 중증 환자를 옮기거나 증상이 있는데도 집에서 머물러야 하는 경증환자를 치료·관리하는 것이 전체 감염병 상황 통제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28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전날 시내버스 운전자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버스를 탔던 시민들이 한꺼번에 검사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광주 연합뉴스


방역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병상 확보 문제 대응이 여전히 안이하다"고 지적한다. 정부 일각에선 아직 발생하지 않은 위험을 두고 호들갑을 떤다거나 확진자 수가 유지되고 있으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하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퇴원율 등을 감안해 병상 커버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라며 "환자 급증 사태가 벌어지고 병상이 부족해지면 우리도 대형체육관을 생활치료센터로 개조하는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로 활용 가능한 시설이 시급히 마련되야 하는 이유는 각 기관들이 연수원 등 제공 의사가 있다고 해도 모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치료센터로 이용이 가능하려면 몇가지 적합성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 카페트가 없어야 하고 공동 화장실이 아닌 개별 화장실을 갖춰야 하며 150명 이상 수용이 가능해야 한다. 또 각 방도 4인 미만 사용이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 카페트에서는 바이러스 생존기간이 10일에 달한다.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되면 공사도 실시해야 한다. 의료진 등 운영인원과 환자들의 동선을 철저히 분리해서 감염 확산 위험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는 지역주민 반발이다. 혐오·기피시설로 인식돼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발할 수 있어서다. 이미 강원도 첫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원주 황둔청소년수련원에서도 주민 반발이 발생했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터지고 난 뒤 생활치료센터를 찾으려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게 방역당국 고민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생활치료센터 확보를 위해 개별 기관과 접촉하면 의사가 있다고 하는데 아직 협회나 상부기관에서 요청을 받지 못했다는 답을 하는 곳이 많다"며 "정부나 공공기관 대표기관에서 신속하게 회원사와 개별 기관들에 요청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대기업 일부에 이어 종교계가 병상 부족 문제 해결에 동참할 뜻을 밝히고 있다. 천주교는 피정 시설을, 불교계는 템플스테이 시설을, 개신교는 기도원 등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도 시급하다.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감염병 관리법을 개정, 유사 시 공공 및 민간 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생활치료센터를 담당하는 방역당국 관계자들은 법 개정 시 현장 상황을 보다 세심히 담을 것을 주문했다. 학교 인근 등 의료시설 설치 환경에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국민적 안전을 담보할 치료센터 개설에는 이같은 규제 조건들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공공이 보다 선제적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방역당국 관계자는 "지금은 가용 가능한 모든 시설을 리스트에 올려놓고 활용 여부를 검토해야 할 때"라며 "사법연수원, 외교연수원 등 모든 공공시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공공이 앞장설 때 민간 협력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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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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