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달라진 결혼식 풍경

방역지침 강화된 뒤 분쟁도 급증

광주 등 지자체들 분쟁조정 나서

#사례1

지난 8월 하순. 서울의 한 성당 결혼식. 신혼부부 양측 친인척 40명만 띄엄띄엄 앉아 결혼예배를 올렸다. 영남 출신인 혼주는 고향에서 친인척들 참석을 위해 전세버스를 예약했다 취소했다. 수도권 거리두기로 실내 50명 이상은 참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참석자들은 신랑신부를 제외하고 마스크를 쓰고 기념촬영을 했다. 식사도 인근 작은 식당에서 조촐하게 했다. 애초 성당 내 시설을 이용해 출장뷔페로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가 취소했지만 성당측 배려로 위약금은 없었다. 축의금을 계좌로 받는 게 꺼려져 계좌 공지는 포기했다. 당일 신혼부부는 서울시내 호텔에서 첫날밤을 보내기로 했지만 계획을 바꿔 신혼집으로 직행했다. 이들은 지난 봄에 결혼식을 올리려다 포기하고 혼인신고부터 한 상태였다. 신랑은 "많은 사람의 축하를 받고 싶어 아쉽지만 그나마 식을 무사히 치러 다행"이라고 했다.

#사례2

지난달 29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결혼식은 사전 준비 덕에 하객이 500명 이상 참여했지만 아무 문제없이 예식을 진행했다. 청접장을 보낸 사람들에게 결혼식 참석여부를 미리 확인하고 예식 당일 하객들을 50명씩 격실로 분리해 안내했다. 각 방에는 대형 화면을 연결해 결혼식 장면을 영상으로 보여줬다. 영상 시설이 없는 식당 등에는 테이블마다 태블릿PC를 배치하고, 결혼식 진행 상황을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음식도 뷔페가 아니라 개인 상차림으로 준비했다. 실제 식장에는 신랑·신부와 양가 혼주, 그리고 극소수의 친인척만 참석했다. 축의금은 메인 식장에서 받기도 했지만 상당수는 온라인으로 받았다. 당초 이 결혼식은 같은 날 강남구의 다른 예식장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내려지자 신속하게 예식장을 변경하고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500명이 넘는 하객들의 축하 속에 결혼식을 치를 수 있었다.

◆광주·전주에선 '위약금 없이 예식 6~7개월 연기' = 코로나19 사태로 '결혼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강화된 방역지침에 따라 하객을 양가 친인척 등 최소 인원으로 줄이거나 여러 공간에 분산시킨 뒤 예식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코로나로 결혼식이 연기되면서 임신 상태로 식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ㄱ씨는 올 2월 식을 올릴 예정했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여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이미 신혼집과 살림을 모두 장만한 상태였다. 식은 안 올렸지만 사실혼 상태나 마찬가지인 ㄱ씨 부부는 동거를 시작했다. 새로 잡은 결혼식 날짜까지는 아직도 5개월이나 남았고 ㄱ씨 부부는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채 식을 올리게 됐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지만 결혼식장 업주와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 들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예식장 관련 소비자상담은 전체 5350건이고 그 중 경기도민은 1956건으로 36.6%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한국예식업중앙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어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하고 취소 위약금을 낮추는 상생 방안을 마련했다. 광주시는 지난달 28일 예식업계, 소비자단체와 간담회를 열고 '광주시, 코로나19 예비부부 피해구제를 위한 시-예식업협회-소비자단체 상생합의안'에 서명했다. 합의안에는 결혼식 연기요청 시 최대 7개월까지 위약금 없이 연기토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전북 전주시도 주요 7개 예식장과 6개월 위약금 없이 연기하고 최소 인원을 40% 줄여주기로 협약을 맺었다. 반면 대구시는 지난달 갑작스레 거리두기 2단계를 발표한 후 예식관련 민원이 100여건 접수됐지만 중재가 되지 않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곽태영 차염진 김신일 이제형 홍범택 이명환 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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