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스빌둥, 전통 잇고 수익 올려 … 훈련생 고용, 외부채용보다 생산성 높다

본에 있는 독일중소기업연구소(IFM Bonn)에 따르면 2018년 독일 기업의 총 매출은 6조9600억유로(9783조원)이다. 중소기업의 총매출은 34.4%로 2조3970억유로(3369조원)에 달한다. 같은 해 독일에는 전체 3090만명이 사회보장보험 가입의무 사업장에서 일했다. 그 가운데 57.6%가 중소기업에 근무했다.

독일 전체에서 아우스빌둥, 즉 직업능력을 양성하기 위해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직업훈련을 받은 청소년은 154만명이었고 그중 81.7%가 중소기업에서 직업훈련을 받았다.

반면 2017년 기업의 지출에서 차지하는 R&D 비용은 6879만유로인데 5990만유로가 대기업에서 발생했고 중소기업은 889만유로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R&D 비용의 비중은 13%였다. 중소기업에서 발생한 매출이 첨단 시설과 설비보다 잘 훈련된 인력 의존성이 높다는 얘기다.

근속연수가 길고 한번 회사에 몸을 담으면 드물지 않게 대를 이어 한 회사에 근무하는 전통을 지닌 독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숙련위주의 경쟁력이다. 대기업의 기술력 위주의 경쟁력과 대비된다.

◆수공업의 전통을 잇다 = 이런 숙련위주 경쟁력의 뿌리는 어디 있을까? 산업화 이전 독일의 수공업은 길드제도와 도제제도에 기반해 독일 중소제조업의 싹을 틔웠다.

수공업은 농민들의 가내수공업에서 출발했다. 도시가 발전해 수공업제품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독자적인 제조업으로 발전했다. 중세도시에서 수공업자는 상인과 더불어 권력의 두 축을 형성했다. 수공업자들은 정치를 이끄는 귀족은 아니지만 도시의 행정에 참여했고 사회적으로 존경받았다. 여기서 가업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기꺼이 계승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근대이전 수공업자가 되려면 도제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직인이 된 후 약 6년간 유랑하면서 기술과 경험을 쌓는 후 마이스터 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유랑은 네트워크가 발달되지 않은 사회에서 다른 지역에 신기술을 습득하고 해당 업종의 비스니스 현황을 두루 섭렵하는 방법이었다.

마이스터가 되면 도제를 양성할 수 있었고 또 작업장(Werkstatt 공방)을 소유하는 수공업자가 될 수 있었다. 길드는 길드규정에 따라 수공업 제품의 가격,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 직인과 마이스터의 자격증 발급, 임금결정 등 수공업과 도제제도를 관리했다. 이런 길드가 폐지된 것은 직업의 자유와 영업자유가 보장되면서다.

 

◆산업화 과정에 흡수된 길드·도제 제도 = 독일의 산업화를 이끈 비스마르크는 고전적 자본주의 질서가 프롤레타리아트(무산계급)를 양산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지켜봤다. 그리고 수공업자, 소상인, 소규모 자영농과 같은 소시민계급이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사회불안을 잠재우고자 산업사회 전환 과정에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하고 도제제도를 재건했다.

그는 1878년 북독일동맹 영업법을 개정하면서 "영업자유권이 보장되고 길드제도가 폐지된 이후 도제가 미숙련 노동력으로 장기적으로 착취되고 있다"며 '도제의 노동은 교육과 훈련이 목적'임을 법으로 명시했다.

1908년 마이스터 자격이 있는 자만이 도제를 양성할 수 있도록 하는 소자격증명제도가 다시 부활됐고 1935년 나치 하에서는 대자격증명제도까지 부활시켜 수공업자가 되려면 마이스터 자격을 갖춘 자가 수공업협회에서 사업자 자격증을 받아야했다. 영업자유권이 제한된 것이다. 현재 마이스터의 창업은 창업성공률이 98%에 달한다. 20세기 초 등장한 수공업협회와 상공회의소는 길드조직의 후신으로 현재 상공업과 직업훈련을 관리하고 있다.

◆아우스빌둥, 수지타산 맞는 투자 = 중소기업이 독일 아우스빌둥의 약 82%를 담당한다. 그리고 아우스빌둥에 들어가는 비용의 70 %는 훈련을 제공하는 기업에서 부담한다. 회사는 적지 않은 재정적 부담을 진다. 이런 비용부담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도제제도의 전통을 유지해 아우스빌둥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아우스빌둥은 기업의 의무가 아니다. 회사가 훈련을 포기하더라도 벌금을 무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으로 훈련의 총이익이 비용을 초과해야 기업은 훈련을 지속할 것이다.

먼저 기업은 아우스빌둥을 위해 훈련생의 인건비, 공장설비 사용, 재료비 및 기타 비용을 지출한다. 하지만 훈련생은 비용만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생산활동을 통해 훈련 중에 수입을 창출한다. 수입을 총비용에서 공제하면 아우스빌둥의 순비용이 나온다. 연방직업훈련협회에 따르면 훈련생에게 들어가는 총비용 중 2/3를 그들의 생산 활동으로 벌어들인다고 한다. 2013년 1년간 훈련생 한사람에게 지출된 비용이 년 1만8041유로였다. 훈련생은 그중 1만2871유로를 생산 활동으로 벌어들여 실제 훈련비용은 5170유로가 된다.

◆기업의 특수한 직업능력 양성 = 기업에게 교육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만 혜택은 다양하게 달성된다. 먼저 훈련생의 생산활동은 해당 직급의 정규 노동자가 수행하는 생산활동보다 비용이 저렴하다. 인건비가 낮기 때문이다. 또한 훈련생은 회사밖에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사외교육을 받거나 워크숍에 참여하는 경우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기금 또 유럽사회기금, 연방고용기관, 산업협회에서 보조금을 받는다.

또 훈련이 종료된 후 훈련생이 정규직으로 회사에 고용되면 지속적으로 더 큰 수익을 올린다. 기업은 훈련생을 숙련노동자로 양성해 고용하면 외부 노동시장을 통해 숙련된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된다. 나이가 어린 숙련노동자는 실제 그들의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훈련은 일반적인 직업능력을 높일 뿐 아니라 다른 회사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업의 특수한 직업능력을 양성하게 된다.

때문에 훈련이 끝난 후 숙련노동자가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할 경우 해당 기업에서 유용한 특수한 직업능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그만큼 임금의 저하의 감수해야한다. 이에 젊은 숙련노동자들은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안해도 훈련받은 기업에 남게 된다. 기업은 생산성 이하의 임금을 지불하고도 젊은 숙련노동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다.

연방직업훈련협회는 아우스빌둥의 비용과 편익조사에서 스스로 양성한 훈련생을 고용하면 그에 준하는 기술인력을 외부에서 채용하는 경우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다. 독일의 중소기업 대부분은 아우스빌둥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 것으로 여긴다.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전통뿐만 아니라 실속 있는 제도로 중소기업의 호응을 얻고 있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장이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독일식 비결을 찾는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