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휴대폰 끄고 모여라" 집회 예고

서울시 27개 집회 금지, 경찰 원천봉쇄 경고

추석 이어 개천절 집회, 트윈데믹 불가피

광복절 도심집회에 이어 오는 10월 3일 개천절이 또한번 코로나 대유행을 몰고오는 계기가 될지 우려되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들이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다. 경찰과 서울시는 집회금지와 함께 원천 차단을 경고했지만 이들은 "휴대폰을 끄고 모이라"는 메시지를 퍼뜨리며 집회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천절에 집회를 열겠다며 신고한 27건 도심집회를 모두 금지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도 지난 3일 접수된 개천절 집회 3개 모두에 금지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의무사령부가 오는 9일 국군수도병원 내 코로나19 중환자 및 일반환자 진료를 위한 감염병 전담치료 병상을 개소한다. 사진은 지난 5일 국군외상센터에서 진행한 확진자 입원치료 훈련(FTX) 간 간호장교 이혜진 중위가 음압 휠체어를 이용해 확진자를 이동시키는 모습. 연합뉴스


개천절 대규모 집회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지난 2일 회견에서도 예견됐다. 전 목사는 이날 코로나19 병동에서 퇴원한 뒤 곧장 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에게 한달의 시간을 주겠다"며 "정부의 탄압에 끝까지 버텨라, 나는 한달 뒤 순교하겠다"고 선언했다. 당국은 전 목사가 말한 한달을 개천절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들 단체들은 집회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에 떠도는 개천절 집회 독려 포스터에는 '어게인 1003' '휴대폰 off' 등 문구가 써있다. 지난해 10월 3일 광화문 일대에는 보수단체 집회 사상 최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포스터를 제작한 측은 노골적인 방역 방해행위도 주문하고 있다. 역학조사를 피하기 위해 집회 당일 휴대폰을 끄라는 것이다.

경찰과 집회 관할 지자체인 서울시의 강경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은 집회의 원천봉쇄를 예고했다. 불법집회로 규정된 이상 이를 차단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방역당국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집회장 근처 교통을 완전히 통제하고 지하철을 무정차 통과시키는 방안도 나온다. 전국 각지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사전 차단하는 방안도 나온다. 지방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특별방역검문을 실시하는 방법이다. 지난 8.15 집회 당시 전국에서 수백대 버스가 상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업계 협조를 차단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운전기사 등 불법집회 개최에 협력한 이들을 모두 감염병법 위반 행위로 처벌하는 등 모임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바리케이드와 차벽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 원천봉쇄를 할 수 있지만 전 목사가 순교까지 거론하는 등 집회 참가자들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리적 충돌로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집회를 사전에 차단하는 쪽으로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의 집회 허용은 또다른 변수다. 법원은 광복절 집회 당시 보수단체들이 제기한 집회금지 결정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집회 성사에 일조했다. 당시는 사랑제일교회 교인 확진자가 급증 추세를 보이는 등 집회 후유증이 클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던 상황이다. 이때문에 법원결정으로 집회가 열리는 것을 막을 법안도 준비되고 있다. 판사 출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항고하면 예외적으로 행정청이 결정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정치권도 강한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위기가 고조된다. 여당에서도 단호하게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가을로 접어들면서 독감환자까지 대거 발생할 수 있다"며 "추석 때 전 국민이 이동한 뒤 개천절 2차 도심집회까지 벌어진다면 두개의 대유행이 동시에 벌어지는 트윈데믹으로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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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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