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취약계층 외에도 무료접종 대상 확대 추진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8일부터 실시될 예정인 가운데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들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방역 일선에서 환자를 접촉하는 이들 집단을 보호하는 것이 가을 대유행을 줄일 수 있는 시급한 방역 전략이라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8일부터 독감(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이 실시된다. 독감 예방 및 코로나19 동시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전 국민 중 1900만명을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한다. 정부가 정한 무료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이다.

무료접종 대상을 넓히거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평소 같으면 대상층 조정이 필요없겠지만 지금은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비상 상황이다. 기존 무료접종 대상 외에 방역 최일선에서 수많은 환자들과 접촉하는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들에 대한 우선 접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해당 부처나 지자체들도 이같은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파업 등 최근 벌어진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곱지 않은 여론 등이 결정을 미루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가을 대유행을 막으려면 과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매일 수십 수백명 환자와 접촉하는 의료진, 오염된 현장을 방문하는 방역 담당자들에게 독감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이 가을 대유행 차단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병원과 선별 검사소 등 방역 시설 종사자가 인플루엔자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이같은 지적에 따라 의료진과 방역담당자들을 위해 독감 백신 무료접종 예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정한 취약계층 접종분 외에 자체 예산으로 이들 집단에 대한 무료접종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의료진 등에 무료접종을 실시하기까지 넘어야할 벽이 만만치 않다. 최근 의료진 행동에 대한 불만 여론, 시민이 아닌 방역 공무원에 무료접종을 실시하는게 맞냐는 시선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취약층 무료접종분은 그대로 시행하되 일선 병원에 배포하는 유료 접종분 일부를 시 예산으로 구매해 지원하는 방안"이라며 "의회와 협의 등이 필요하며 아직 구체적 계획이 수립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 확대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윈데믹(독감과 코로나19 동시 유행) 등 방역 위기상황을 감안할 때 평소와 다른 접종 전략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을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방역 대응에 국민적 힘을 모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의료진 무료접종 등 통 큰 결단에 나서면 파업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 치유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민적 화합 메시지를 전하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한편 해외에서도 의료진과 방역 담당자들에 감염병 백신 우선 투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립학술원(NASEM)은 미국 질병통제센터예방센터와 미국 국립보건원 요청에 따라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고 해당 보고서를 이달 초 미국 국립학술원 학회지에 게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진들은 코로나19에 최초로 대응하는 사람들과 의료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 최우선 순위를 가져야 한다고 권장했다. 공동생활을 하는 고령자들도 첫번째 예방접종 대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백신 접종 우선 순위를 △필수인력 △바이러스 전파가 많은 계층 △취약계층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고령자보다 젊은층을 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무증상 전파자들 사이의 확산을 통제하는 것이 고령자 보호에 오히려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초기에 예방접종을 할 경우 다른 사람들과 다중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미 질병예방통제센터 발표에 따르면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대규모 전파자들의 최대 40%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비록 백신 접종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 논쟁을 불러올 수 있지만 가장 유익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보다 감염병 전파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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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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