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풍선효과에 골머리

수면방 · 헌팅포차 등 사각지대 곳곳

8일 오후 9시 마포구 공덕 오거리 인근 식당에서 손님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도권 2.5단계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9시 이후 음식점 영업이 금지된 탓이다. 하지만 집 대신 편의점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캔맥주와 안주거리를 한가득 든 사람들은 2차를 위해 인근 경의선숲길로 향했다.

방역당국이 풍선효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화된 거리두기로 갈 곳이 없어진 시민들이 통제가 없는 곳을 찾아 몰려다니고 있다. 당국은 사람들의 이동 동선을 따라다니며 집합금지 구역을 추가 지정하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강공원 출입통제가 대표적이다. 카페, 음식점 등 영업시간이 제한되자 한강공원으로 몰렸다. 한강공원 출입을 통제하자 외곽공원이 붐볐고 공원 계도에 나서자 모텔로 이동했다. 서울시는 배달업계에 영업 자제를 주문하는 한편 모텔 내 주류판매 단속에 나섰다.

PC방이 닫히자 게임텔이 부상했다. PC방 수준의 게임 환경을 갖추고 4~5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방역수칙을 지킨다면 차라리 PC방이 안전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풍선효과는 사실 최근에만 발생한 게 아니다. 5월 이후 방문판매업체에서 노인 집단감염이 잇따른 것은 공공시설 셧다운으로 경로당이 문을 닫으면서 발생했다. 클럽을 막자 이용객들은 헌팅포차와 감성주점으로 이동했다. 독서실을 닫으니 스터디카페로 몰렸다.

방역 초점이 빠른 역학조사와 적기 치료에 맞춰지면서 풍선효과는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여졌다. 한정된 인력으론 눈 앞의 방역 대응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유행이 지속되고 장기전이 예상되는 현 상황에선 전략의 부분 수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발생한 환자를 추적,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이 예측되는 공간과 상황을 예측해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이 시대 변화를 못 따라가고 있는 부분도 보완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시민 삶의 변화된 모습을 파악하고 이를 행정에 반영하는 조직, 기능 등을 갖추지 못한 채 관행 위주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태원발 확산에서 등장한 블랙수면방, 클럽 영업 금지에서 부각된 헌팅포차 등은 기존 행정에서 아예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수면방은 자유업종으로, 헌팅포차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있다. 일선 방역 관계자는 “역학조사를 하다보면 행정 영역 밖 사각지대가 아주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며 “사각지대가 방치되면 방역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기 때문에 이를 개선할 선제·예측 행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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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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