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의 안전조치와 동일의무 원청에 부과한 곳 없어

도급작업은 실제 일을 하는 업체(하청)에게 작업시설·설비 등의 소유·관리권한이 없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비정상(非定常)작업의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기작업보다 위험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도급작업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으면 자기작업보다 재해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산업재해 예방 선진국들은 도급사업시 원청과 하청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으로 접근한다. 2016년 9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원·하청간 권한과 책임체계 명확화 방안' 보고서(연구책임자: 안전공학과 정진우 교수)에 따르면,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주로 도급인(원청)에게 수급인(하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확실하게 수행하도록 지도관리, 지원하는 의무가 부과돼 있다.

우리나라 산안법 제63조와 같이, 하청이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와 동일한 조치를 원청에게도 직접 실시하도록 하는 의무는 어느 나라도 부과하고 있지 않다. 원청에게는 안전보건을 계획, 관리, 모니터링 및 협력·조정하는 등 하청이 안전보건조치를 확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의무가 주로 부과되어 있다. 하청에게도 독자적인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구축하도록 하고 원청에게는 이를 지도·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원청에게는 하청의 의무와는 다른 별개의 역할과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기본전제와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청의 안전보건조치를 계획, 관리, 모니터링 및 협력·조정하는 의무가 주로 부과돼 있다.(영국 CDM제도 제13조)

독일도 하청이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원청에게 부과하고 있지 않다. 원청에게는 주로 하청과의 협력·조정 및 하청에 대한 지시·확인,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독일 산업안전보건기본법, 산재예방규칙, 유해위험물질령, 건설현장령)

일본도 독일, 영국과 마찬가지로 하청이 취해야 할 안전보건조치를 원청에게 직접 실시하도록 하는 의무는 부과하고 있지 않다. 원청에게는 총괄관리 외에, 하청과의 연락·조정 및 하청에 대한 법령 위반 확인 및 지시·지도 의무를 주로 부과하고 있다.(노동안전위생법 제29조 제1항, 제2항, 제30조 제1항)

보고서는 선진국과 비교해 '도급인에게 수급인과 동일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실효성 확보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도급인에게 하청업체 선정시 안전보건에 대한 심사를 의무화하고 △원·하청 간 역할과 책임의 명확화 △하청업체의 독자적인 안전보건관리체제 제도화 △업종(작업)간 도급규제의 차별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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