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고향방문·이동 자제" 호소

'추석연휴 이동금지' 국민청원 잇따라

'아들, 며늘아~ 이번 추석차례는 우리가 알아서 지내마. 내려올 생각 말고 영상통화로 만나자! 시아버지·시어머니 일동'

올해는 미리 성묘합니다 | 13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성묘객들이 추석을 앞두고 조상 묘를 찾아 벌초하고 있다. 부산 연합뉴스

전남 완도군 완도읍 일대에 걸려있는 현수막 문구다. 완도군도 직접 "자식 노릇을 대신할 테니 추석 때 자녀들에게 내려오지 말도록 해달라"고 어르신들 설득에 나섰다. 이를 위해 '추석 패키지 서비스'도 준비했다. 우선 군이 벌초대행 비용(2만원)을 지원해 4만원만 산림조합(섬 지역은 농협) 계좌에 이체하면 자녀들 대신 벌초를 해준다. 지난 7일 접수를 시작한 뒤로 사흘 만에 군내 묘지 600기 가운데 절반 넘게 벌초 대행서비스를 신청했다. 공무원들이 직접 어르신들을 찾아가 자녀나 손주와의 영상통화도 도와준다. 영상통화가 안되면 안부 동영상을 찍어 자식이나 손주에게 전송해준다. 차례음식 걱정도 덜어준다. 혼자 사는 노인과 취약계층 700여명에게 완도군행복복지재단이 송편 전 나물 과일 등 7가지 음식을 준비해 전달할 예정이다. 추석대목을 놓치게 된 지역상인들을 위해 군 특산품 쇼핑몰에 명절 기획관을 만들어 16일부터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신우철 완도군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어르신들이 섭섭할 수 있겠지만 취지를 말씀드리고 모두의 안전을 위한 일이라고 설명드리면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용한 추석 보내기 운동' 확산 =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전국 지자체들이 '고향방문 자제' 운동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재확사된 수도권에선 이번 추석엔 고향에 가지 말자고 하고, 수도권 외 지역에선 '오지 말라'고 호소한다.

전남에선 완도군 외에 보성군이 고향을 찾지 못하는 향우들을 위해 '온라인 합동차례'를 추진하고 고흥군은 군민 의견조사 결과를 토대로 추석연휴 '고향 방문 자제하기' 캠페인을 벌인다. 담양군과 장성군은 '나와 가족을 위해 이번 명절은 집에서 쉬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요양시설과 의료기관에는 영상통화 등 비접촉 면회를 독려할 방침이다.

충남에선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시·군을 중심으로 귀향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섬김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금산군은 출향인의 고향방문을 자제하고 지역주민 이동도 최소화할 것을 호소했다.

문정우 금산군수는 "벌초 대행사 또는 마을 이장이 벌초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치공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양군도 마찬가지다. 청양군은 '잠시 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추석 때 고향방문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경남 함안군은 고향방문 자제를 요청하는 '조용한 추석 보내기 운동'에 동참을 요청했고, 제주도는 '우리끼리, 안전하게, 마음으로'라는 '벌초 방역 3대 수칙'을 발표하기도 했다.

수도권 지자체들은 추석연휴기간 공설묘지(가족공원)을 폐쇄하고 고향방문 등 이동을 자제하자는 운동을 벌인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전화로 마음잇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추석 때 35만여명이 방문하던 인천가족공원도 연휴기간 문을 닫기로 했다. 경기 시흥시도 정왕공설묘지 성묘 자제를 권고했다.

◆"정부가 구체적 지침 내놔야" = 지자체 차원의 호소를 넘어 정부가 추석연휴 '이동 금지' 등 구체적 지침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13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를 14일부터 2주간 2단계로 하향조정하되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28일부터 2주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설정했다.

하지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역 간 이동제한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제발 추석연휴 지역간 이동 제한 해주세요' '28~29일 임시공휴일 지정하고 대통령께서 직접 추석 귀경 및 이동 자제 호소해 코로나 제압해 주세요' '추석연휴 때 집합금지 명령 부탁드립니다' 등이다. 이 가운데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라는 청원에는 14일 오전 9시 현재 6만2278명이 동의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곽태영 홍범택 김신일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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