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정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벌칙으로 행정형벌과 행정질서벌로서의 과태료를 규정하고 있다. 행정형벌이란 행정법규 위반에 대해 형법상의 형벌을 과하는 것이다. 어떤 행정법규 위반행위가 간접적으로 행정상의 질서에 장해를 줄 위험성이 있어서 행정질서벌을 과해야 하는지, 아니면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해서 행정형벌을 과해야 하는지는 당해 위반행위가 행정법규의 보호법익을 침해하는 정도와 가능성에 따라 정해진다. 산안법 소정의 행정형벌은 제167조 이하 7개조로 규정돼 있다.

과실 처벌규정 없어 고의범만 해당

과실범은 법률에 명문 규정이 있는 (또는 해석상 과실범도 벌할 뜻이 명확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산안법에는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산안법 위반은 고의범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해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뤄졌다면 그러한 작업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죄는 성립한다.

사업주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산안법 제38조,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하는데, 위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하면 ①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법인의 경우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②근로자가 사망하지 않은 경우(상해 또는 아무런 사고가 없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도급사업의 경우 수급사업주 포함). 그리고 사업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근로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안법 위반 외에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동시에 성립하게 된다. 그런데 안전조치 의무 위반 규정은 열거주의를 취하고 있는바, 안전조치 의무내용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행위로 근로자에게 사상의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산안법 위반은 문제되지 않고,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만이 문제 된다.

도급인 안전보건조치 위반 및 벌칙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도급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도급인이 안전보건조치를 위반해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도급인의 사업장은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모두 포괄한다.

산안법 소정의 의무 이행 및 그 위반의 주체는 사업주이므로 벌칙의 대상도 사업주(법인 또는 개인)이다. 그런데 산안법은 양벌규정을 둬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산안법 위반행위를 하면 사업주(법인 또는 개인)와 그 행위자를 동시에 처벌한다. 양벌규정을 둔 취지는 위반행위를 사업주(법인 또는 개인)이 직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행위자와 사업주 모두를 처벌하려는 데에 있다. 행위자가 처벌된 경우 범죄능력이 없는 법인에게도 벌금을 과하는 형식의 일반적인 양벌규정과는 사업주가 처벌대상인 산안법에서는 그 규정 형식에 위와 같은 차이가 있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