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산업안전감독관 "차라리 안받는 게 낫다"

고용부, 부실보고 방치 … 부실정책으로 이어져

"산업재해조사표는 엉터리로 기재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지만 지방관서에서는 내용의 정확성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제출된 내용대로 그대로 접수받아 입력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고용노동부 지방관서의 20년 이상 산업안전경력을 가진 감독관의 말이다.

산재발생보고가 이뤄지는 산업재해조사표가 엉터리로 기재되고 있는데도 고용부는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부실보고→부실통계→부실정책→산재사고'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산업재해조사표는 산재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작성해 고용부 지방관서에 제출하는 공식문서다. 사업주가 사업장정보 외에 재해정보, 재해발생 개요 및 원인, 재발방지계획 등을 기재해 근로자대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산업재해조사표는 기업에서 산재발생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사업장 자체적으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는 목적과 함께, 정부에서 산재발생원인과 추세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고용부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산업재해조사표가 부실하게 작성되고 있다. 산업재해조사표 부실보고로 산재발생 보고제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재해조사표 제출 시에 확인을 받도록 되어 있는 근로자대표 제도가 형해화되어 있는 것도 산업재해조사표의 정확한 기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앞의 산업안전감독관은 "고용부 본부에서 산재발생보고제도의 충실한 운영을 위한 지침을 한 번도 시달한 적이 없다. 본부 자체가 산재발생보고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지방관서에서는 기업에 산재발생보고를 잘 하라고 독려하지도 않고, 산업재해조사표 보고 여부에만 신경을 쓰지 조사표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지방관서의 약 10년 경력인 산업안전감독관도 "고용부가 온통 사망재해 숫자 줄이기에 올인하는 분위기여서 산재발생보고와 같이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에는 관심을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가 없다"며 "지방관서의 많은 감독관들은 이렇게 부실한 산업재해조사표를 받느니 차라리 안 받는 게 낫겠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용부 본부는 산업재해조사표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모르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본부로부터 산업재해조사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 소재 지방관서의 경력 6년인 산업안전감독관은 "산업재해조사표의 정상화는 본부에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야 하지 지방관서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며 "개별 지방관서에서 하려고 하면 '다른 지방관서는 하지 않는데 왜 우리 관서만 표나지 않는 일에 시간을 빼앗기냐'는 볼멘소리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재해조사표가 제대로 작성·제출돼야 이것을 산재예방정책에 활용할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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