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디지털화·아우스빌둥으로 지원 … 한국형 '뉴딜', 중소기업 정책돼야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지목되고 세계 214개국 2800여만명이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자가 약 91만명이 넘는 지금,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곡점은 기후위기와 전염병이 되고 있다.

독일의 중소기업은 미래를 갈음할 기후산업에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까?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독일은 녹색기술(GreenTech)분야를 에너지효율, 수질보호, 친환경 에너지생산·저장·분배, 자원활성화, 친환경운송수단, 순환경제로 나눠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세계시장에 독일의 몫을 키우고 있다.

세계 194개국 총 GDP에서 독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4.6%인데 녹색기술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은 14%에 달한다. 특히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 에너지생산·저장·분배'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그리고 이 시장을 중소기업이 주도한다.

독일 농촌의 에너지 생산│농업은 열과 전기에 대한 소비가 높다. 에너지 자급자족을 위한 노력, 그리고 기후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자각은 농부들이 풍력이나 태양력 에너지사업에 참여하는 이유이다. 농가에서 쓰고 남은 전기는 재생에너지법에 의해 수매되고 농가수익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출처: https://www.landwirtschaftskammer.de/


◆라인강의 기적 뒤엔 심각한 환경오염 = 제2차 세계대전후, 독일의 전후복구는 빠르게 이뤄졌다.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빠른 경제성장은 다른 한편 심각한 환경오염을 동반했다.

산업재건에 앞장선 루르지역의 환경오염은 충격적이었다. 전후 독일인들은 잘살기 위해서는 공장 굴뚝에서 쉴 새 없이 연기가 피워 올라야 한다고 믿었다. 1960년대 들어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체감했다. 1960년 9월 19일 루르지역 산업도시 에센에서 스모그안개가 뒤덮여 낮이 밤같이 컴컴해지는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원인은 루르지역에 배치된 56기에 달하는 강철변환기, 75개 탄광발전소 및 18개 석탄발전소, 82개 철강 용해로와 침지로에 연결된 고로, 17개 시멘트공장과 정유공장 그리고 1976개 연방철도 증기기관차 및 작업기관차가 공기를 오염시켰던 것이다.

이제 굴뚝에서 뿜어내는 연기가 풍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의 적임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대기와 수질오염으로 백혈병 암 구루병에 걸렸다. 어린이들은 혈액 중 혈구수가 변화하는 병을 앓았다.

다른 산업도시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1969년 동서화해의 상징 빌리 브란트가 수상이 되자 "환경에 대한 시급한 대처"라는 정책안을 입법화해서 정치가 환경을 개선할 듯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오일쇼크가 닥치자 환경보호는 호사스러운 것이며 일자리의 적이라고 비난받았다. 환경문제는 제도정치에서 외면당하고 시민운동이 그 일을 도맡았다. 시민이 중심이 된 환경운동의 힘으로 1979년 독일 녹색당이 창당되고 1983년 선거에서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소기업 창업방식의 재생에너지기업 탄생 = 독일의 환경운동은 친환경정책을 관철시킬 뿐 아니라 지역주민이나 시민조직이 직접 나서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재생에너지생산은 환경문제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들이 직접 기술을 개발하고 소기업을 창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독일의 풍력발전기 제조업이나 태양에너지 설비생산업에는 환경에 관심을 갖고 에너지전환운동에 참여했던 1인 기업이나 소기업들이 적지 않다. 세계 최고의 풍력발전기를 제작하는 독일 에너콘(Enercon)의 대표 알로이스 보벤도 대학시절 원자력을 반대하며 재생에너지설비를 개발해 창업했다. 에너콘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독일 풍력발전기 시장점유율 40%를 달하며 1위를 차지했고 세계풍력발전산업 Top 5 지위를 오랫동안 지켰다. 전 세계에 1만80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에너지 산업에 전통 중소기업과 주민참여 신중소기업 결합 = 독일 재생에너지 산업의 특이한 점은 기업의 소유구조다. 2012년 기준 독일의 재생에너지 설비총량은 73GW다. 이중 47%의 설비를 지역 주민들이 소유한다. 거대 에너지기업의 독과점을 막고 시민이 재생에너지 정책을 주도하고자 나선 것이다. 47%의 재생에너지 설비는 다수 개인이 소유하고 그 외 지역주민이 에너지협동조합이나 에너지주식회사를 설립해 소유하거나 재생에너지 설비운영회사에 초지역적으로 시민들이 투자한 것이다.

독일의 4대 전력회사 RWE, E.ON, EnBW, Vattenfall은 재생에너지 설비의 12%만 소유하고 그 외 41%는 기관투자자나 전략투자자가 소유한다. 개인소유의 경우, 너른 마당엔 풍력발전기, 지붕엔 태양광을 설치하고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농부들이 대부분이다. 재생에너지에서 풍력 비중이 큰데 풍력설비의 50%는 개인이 소유하고 나머지 20%를 주민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이나 주식회사가 소유한다. 독일의 에너지협동조합은 2013년 888개에 달한다.

◆소기업, 최소기업이 녹색기술 주도 = 2018년 독일환경부는 녹색기술에 진출한 기업의 90%가 연간매출 5000만유로 미만의 중소기업이고, 연간매출이 100만유로 미만인 기업도 46%에 달한다고 밝혔다. 녹색기술기업의 3/4이 50명 미만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소기업이고 전체의 45% 기업은 10명 미만의 최소기업이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효율분야에서 중소기업, 특히 전통 수공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수공업자는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직접 제작할 뿐 아니라 컨설턴트로 집이나 건물의 난방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조언하고 최적의 방안을 찾아주는데 제격이라는 것이다. 상공회의소 수공업중앙협회 연방경제부 연방환경부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에너지 전환 및 기후보호' 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이 에너지전환에 참여하고 에너지산업을 선도하도록 돕는다.

◆아우스빌둥, 친환경·디지털기술 담아 = 혁신적인 신상품개발같은 근본적인 변화는 규모가 큰 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소규모 기업이나 창업에서 유리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를 지원하면 그 성과는 효율을 증대하는데 그치지 않고 혁신적인 신상품, 신공정개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

에너지산업의 디지털화도 에너지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에너지 자원활용도를 높일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디지털화'라는 의제 하에 '중소기업 4.0 역량센터'를 전국에 세워 디지털화의 장점을 알린다.

또 2020년 4월 연방정부 주정부 사용자단체와 노동조합은 2021년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모든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친환경과 디지털 기술을 담기로 했다. 예를 들어 제빵 훈련생은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빵을 굽고 포장할지를 배우고 자격시험을 봐야한다. 안야 카를릭체크 연방교육부 장관은 "현재 코로나19 위기극복이 우리의 모든 행동을 지배하고 있으나 위기 이후를 위해 기후보호와 디지털화에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재인정부도 7월 코로나19로 최악의 경기침체, 일자리 충격에 직면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기 위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형 뉴딜정책의 실현과정에 중소기업 활성화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았다. 독일 중소기업의 사례는 중소기업 활성화가 일자리창출의 지름길임을 보여준다. 한국형 뉴딜정책은 디지털뉴딜, 그린뉴딜을 넘어 중소기업 뉴딜정책이어야 한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한독경상학회 아우스빌둥위원회 위원장이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독일식 비결을 찾는다"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