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 이상 기초단체 '의무배치'

서울에 69명 … 지방 "지원자 없어"

양기대 "처우개선 등 대책 마련해야"

코로나19 감염경로 등을 조사하는 역학조사관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인구 10만명 이상 기초지자체 가운데 실제 역학조사관을 채용한 곳은 절반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의사 등 전문인력을 충원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학조사관에 대한 처우개선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국회와 기초지자체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규칙(7월 1일 시행)에 따라 인구 10만명 이상 기초지자체는 역학조사관을 1명 이상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거리 둔 가을 나들이 |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시민들이 충분한 거리두기를 하고 돗자리를 편 후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하지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더불어민주당·경기 용인병) 의원이 질병관리본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인구 10만명이 넘는 134개 시·군·구에서 역학조사관을 임명한 곳은 59곳(44%)에 불과했다. 이들 기초지자체에 채용된 역학조사관은 모두 100명이다. 이 가운데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채용된 인원만 69명에 달한다. 강북구가 10명으로 가장 많다.

경기도의 경우 31개 시·군 가운데 15개 시·군에 28명이 채용된 상태다. 인구 10만명이 넘는 27개 시·군 가운데 11곳이 역학조사관을 단 한명도 채용하지 못했다. 인천의 인구 10만명 이상 6개 자치구에도 역학조사관이 없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선 충북(3개 군에 3명), 충남(8개 시·군에 14명), 전남(5개 시·군에 6명)만 전체 10만 이상 도시에 역학조사관을 두고 있다. 대전·대구·울산의 경우 1명에 불과했다.

특히 채용된 역학조사관 중에는 의사면허를 지녔거나 교육훈련을 1년 이상 받은 인원이 거의 없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기대(민주당·경기 광명을)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 시군에 채용된 역학조사관 28명 가운데 전문가나 교육훈련을 1년 이상 받은 역학조사관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나가 감염병 여부를 확인하고 경로를 조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관련법에 따르면 역학조사관은 방역, 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의료인 약사 수의사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역학조사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 중에서 임명한다.

하지만 기초지자체들 대부분이 역학조사관을 일반임기제 공무원으로 지방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라 급여를 줘야 해 의사면허를 가진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임기제(가급)로 채용할 경우 연봉이 6000만~7000만원 수준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 6월 공고를 냈지만 1명만 응시했고 그마저도 자격미달로 채용하지 못해 재공고를 준비중"이라며 "채용예정인력 4명 중 의사면허 소지자는 1명으로 줄이고 3명은 자격을 낮춰 공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격증 지닌 의사를 채용하려면 연봉 현실화 등 제도적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양기대 의원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역학조사관이 턱없이 부족해 역학조사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역학조사관 채용기준 완화, 처우개선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COVID-19)" 연재기사]

곽태영 이명환 기자 tykwak@naeil.com

곽태영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