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감소 추세 속 취약시설 감염 지속

다단계·요양병원·소형교회 등 확진 잇따라

감염병 확산 분수령으로 지목된 추석 연휴가 지나간 가운데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 관리 중요성이 재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사회적 취약계층에 파고든 정황이 속속 발견되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가 방역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코로나19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66.5명으로 직전 2주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닷새간 추석연휴를 포함한 지난 1주 동안엔 50명대로 더 감소했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연휴 기간 검사량이 줄었고 잠복기가 14일인 점을 감안하면 정확한 평가는 이번 주 중반은 돼야 가능하다는 것이 방역 당국 설명이다.

서울 도봉구 창5동 소재 정신과 전문병원 '다나병원'에서 46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구는 15~29일 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달 30일 병원 전체에 코호트 격리 조치를 내렸다. 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연휴 방역 평가보다 시급한 것은 취약시설 관리다. 수도권 곳곳 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도봉구 다나병원 관련 확진자는 4일 0시 기준 46명까지 늘어났다. 지난달 29일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환자 166명, 종사자 44명에 대해 두차례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병원은 현재 코호트 격리 조치 중이다. 다나병원은 정신과 전문병원으로 장기 입원 환자가 많다.

병원 바로 옆에는 앞서 30명 확진자가 발생한 노인 주간보호시설 '예마루데이케어센터'가 있다. 당국은 병원과 노인 보호시설 간 감염 연관성에 대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두 시설 간 연결고리가 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서울 뿐 아니다. 경기 이천시에서도 주간보호센터와 관련해 누적 26명 확진자가 나왔다. 포천시 소망공동체요양원에서도 지금까지 14명이 확진됐다. 인천에서는 미추홀구 소망교회에서 지난달 19일 이후 1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소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들의 공통된 특징은 대부분 취약시설이란 점이다. 전반적 확진자 수 감소 추세 속 취약시설 감염이 지속되면서 이들 시설 및 취약계층 사이에 코로나19가 깊숙히 침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요양시설 뿐 아니다. 불법 다단계. 소규모 교회 모임 등도 산발적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요주의 대상이다. 대부분 취약계층이 몰리는 곳이란 점에서 이들 시설과 계층에 대한 특별 관리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확진자 중 65세 이상이 많다는 점, 사망자 대부분이 고령자에서 나온다는 점도 감염병이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스며들었다는 증거로 제시된다. 지난달 28일까지 서울시 사망자 54명 중 50명이 65세 이상이다. 연령대별로는 70~79세가 19명, 80세 이상이 31명 사망자를 기록해 두 연령대 사망률이 전체의 94.3%를 차지했다.

취약시설 관리는 대상자 대부분이 노인 혹은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는 점 때문에 배 이상 노력이 필요하다. 치매 노인, 고령 어르신들의 경우 역학조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감염이 확인돼도 경로를 찾거나 원인을 밝혀 확산을 차단하기가 어렵다. 입원 환자 관리에 집중하느라 종사자나 방문자를 소홀히 하는 잘못을 범하기도 쉽다. 대구에서 환자가 급증할 당시, 방역당국이 요양시설 전수조사를 하면서 인력·시간 부족 등 때문에 종사자들을 제외하고 전수조사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외출·외박을 전부 차단한 포천 군부대의 경우 부대를 방문한 외부 진로상담 강사가 감염원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시 방역담당 관계자는 "코로나가 경제·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에 침투, 확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중증환자 관리, 고령자 보호 뿐 아니라 이들 시설에서 퍼진 감염이 다시 외부로 재전파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취약시설 입원자와 종사자에 대한 선제검사, 집중 점검 등 특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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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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