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유형 6가지로 한정, 다양한 요인 포함 못해

제조단계 빼고 사용단계만 평가해 '반쪽짜리'

산재예방요율제의 또 하나의 사업으로 위험성평가 인정제도가 있다. 사업장이 스스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면 산재보험료율 일정비율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위험성평가를 인정할 때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온라인 시스템인 '위험성평가 지원시스템{Korea Risk Assessment System, KRAS(크라스)}'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크라스의 유해위험요인 분류방법은 각 요인의 범위가 불분명하고, 각 요인간의 경계도 불확실하다. 특히 '기타 요인' 항목이 없어 유해위험요인이 누락될 위험을 다분히 갖고 있다.

유해위험요인 분류는 위험성평가의 첫 번째 단계인 유해위험요인 파악을 내실 있게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여기서 누락되면 그 다음의 위험성평가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유해위험요인의 분류기준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은 위험성평가 내실화의 관건이다.

서울과기대 정진우 교수는 "첫 단계인 유해위험요인 분류가 부정확하고 불명확하게 돼 있다 보니, 사업장에서는 요인 분류부터 노동자들이 어렵게 느끼고, 그 결과 유해위험요인 파악 발견에 많은 누락이 발생하고, 유해위험요인 파악이 수박 겉핥기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 사업장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크라스는 소규모 기업이 간단하게 위험성평가를 할 수 있도록 개발된 간이 평가기법에 해당하는 것이라 평가 기법의 모델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많은 현장에서는 이것이 마치 모델인양 잘못 인식·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위험성평가는 사용단계뿐만 아니라 제조단계에서도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용노동부 고시)은 사용단계를 위주로 설계돼 있다. 제조단계 위험성평가 결과가 사용단계 평가의 기초정보가 되므로, 제조단계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06년 '기계류 지침'에서 '제조자나 수입업자가 역내에 유통시키는 기계류는 안전보건필수요건으로 CE마크(유럽연합 인증)를 부착해야 한다'고 의무화했는데, 제조단계에서의 위험성평가 실시가 이 안전보건필수요건에 포함되어 있다.

정 교수는 "제조단계의 위험성평가는 사용단계의 평가와 더불어 위험성평가의 양 수레바퀴에 해당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위험성평가가 반쪽짜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제조단계의 위험성평가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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