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신이 처방받은 실험용 약물을 치켜세우며 모든 국민이 이같은 치료약을 무료로 얻게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치료약의 효과를 알게 됐으니 자신의 감염이 신의 축복이었다는 식의 언급까지 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월터 리드 군병원에 입원한지 이틀 만에 퇴원을 강행하고, 완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부터 백악관 집무실에 복귀해 논란이 빚어지는 와중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코로나19로 미 생명공학회사 리제네론의 항체치료제를 처방받은 것을 거론하며 "믿을 수가 없었다. 즉시 상태가 좋아졌다"고 효과를 칭찬했다.

그는 "(병원에) 들어갔고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꼈다. 24시간이 지나자 상태가 아주 좋다고 느꼈다.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모두가 여러분의 대통령과 같은 치료를 받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내가 상태가 완벽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내가 (코로나19)에 걸린 건 신의 축복이었다고 본다"고까지 했다.

자신이 감염돼 리제네론의 치료제를 썼고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리제네론의 치료제를 '치료법'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이 해당 치료제의 처방을 제안한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받은 걸 여러분이 받게 하고 싶다. 나는 무료가 되게 할 것이다. 여러분은 돈을 낼 필요가 없다. (감염이) 발생한 건 여러분 잘못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건 중국의 잘못이다. 중국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중국 책임론을 다시 들고 나왔다.

그는 리제네론의 치료제와 함께 미 제약회사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비슷한 약물도 있다고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단한 백신을 아주 아주 빨리 갖게 될 것이다. 대선 전에 갖게 돼야 한다고 보지만 솔직히 정치가 끼어들고 그건 괜찮다. 그들은 게임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대선 직후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미 대선 전 코로나 백신 사용은 이미 물건너간 상태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6일 백악관의 반대를 무릅쓰고 새 백신의 효과와 위험요소를 검증하고자 3상 임상시험 종료 후 최소 두 달간 참가자들을 추적하게 하는 긴급사용 승인 기준을 발표했다. 아울러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같은 날 백신이 내년 늦여름이나 가을쯤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원하면서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망자만 21만명을 넘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상에서 퇴원한 지 하루가 됐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때 영상은 전날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은 백악관 집무실 앞에서 촬영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전파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7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복귀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1일 퇴원 뒤 백악관 관저에 별도로 마련된 임시 집무실에 머문 지 이틀 만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벌 오피스에서 허리케인과 경기부양책 협상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브라이언 모겐스턴 백악관 부대변인이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무실 복귀에 따른 백악관 직원들의 건강 우려에 "안전한 방법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코로나 확진 판정 뒤 7일~10일이 감염 전파력이 강하다는 점에서 무분별한 집무실 복귀는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는 것은 코로나확진 이후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여론조사 격차가 점점 벌어지자 조급함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5일 바이든 후보와의 2차 TV토론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 강행 의사를 내비치고 있으나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완치되지 않으면 토론을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전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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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면택 특파원 · 김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