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작업장→사업장' 변경 답변 허위 드러나

'관리대상유해물질' 누락 해명도 법위반 '황당'

법령 요지의 게시·비치대상을 '작업장'에서 '사업장'으로 축소해 노동자 알권리를 크게 후퇴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법제처에서 법 문구를 심사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작업장'에 대한 용어정의가 없어 사업장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본지가 확인한 바로는, 법령 요지의 게시·비치 대상이 '사업장'으로 되어 있었던 것은 이미 고용부가 작성한 전부개정 산안법 입법예고안에서부터였다. 입법예고는 법제처 심사가 이루어지기 훨씬 전인 2018년 2월 9일에 이루어졌다. 법제처 심사는 훨씬 뒤늦은 하반기에 이루어졌다. 다시 말해 법제처 지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고용부가 스스로 알아서 '사업장'으로 수정한 것이다.

고용부 해명은 내용상으로도 맞지 않다. 산안법에는 작업장에 대한 용어정의뿐만 아니라 사업장에 대한 정의도 규정돼 있지 않다. 산안법 제2조 '정의' 조항은 산업재해 등 13개 용어의 정의가 있을 뿐이다. 정의가 없다고 용어를 쓸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작업장'이란 용어가 산안법 다른 조문에 이미 22번이나 사용되고 있다. 다른 조문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를 법적 정의가 없어 변경했다는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13년 4월 '사업장'을 '작업장'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정부 입법안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도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현행법은 법령 요지를 사업장에 게시하도록 하고 있으나, 동일 사업장 내에 복수의 작업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게시 장소를 각 작업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고용부 스스로 개악해 놓고 답변이 궁색하자 법제처 핑계를 대는 것이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고용부의 황당 해명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심사대상에서 관리대상 유해물질 관련설비가 제외됐다는 10월 5일자 본지 지적에 대해, 고용부는 "제조업 등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심사·확인에 대한 고시를 통하여 관리대상유해물질 관련 설비를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 대상에 포함하여 관리하고 있다"고 답변하였다. 그런데 고시(제조업 등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출·심사·확인에 관한 고시)는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설비의 '구체적인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받은 것이지, 위임 대상에서 누락된 사항(설비)에 대해서는 정할 수 없다. 법령에 위임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용부는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제출대상을 시행규칙에서 시행령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관리대상 유해물질 관련설비를 누락한 것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설명하지 않은 채, 고시에서 관리하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법령 개정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의해 법령에 위임근거가 없어진 규제대상을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채 고시에 슬쩍 끼워 넣어 규정하는 것은 규제의 실행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즉 수범자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꼼수'가 아닐 수 없다. 상위법령의 근거 없이 규제하는 것은 행정규제기본법 제4조(규제 법정주의) 위반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시행령에서 누락된 관리대상 유해물질 관련설비에 대한 본지의 고시 근거조항 문의에 대해 고용부는 고시 '제2조 제1항 제6호 나목'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제2조 제1항 제6호 나목'이 아니라 '제3조 제5호 나목'이 해당 조항이다. 2조는 '정의' 조항이고, 3조가 '계획서 제출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고용부가 법령에서 관리대상 유해물질 관련설비를 누락시키는 큰 실수를 저질러 놓고도, 편법으로 억지로 끼워 넣은 고시의 해당 조항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다. 산안법에 밝은 서울과학기술대 정진우 교수도 "정확한 지적"이라고 말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장병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