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상담' 2년간 2.6%뿐 … 감사원 "의사 65% 자격미달"

2016년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하청공장에서 20대 청년 6명이 동시다발적으로 실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메탄올 중독에 의한 급성시신경 손상, 독성 뇌병증 등 직업병이 원인이었다. 전형적인 영세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직업병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설립된 근로자건강센터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근로자건강센터는 산업안전보건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설립됐다.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영세소규모 사업장은 보건관리자 선임의무가 없는 점을 감안해 국가 차원에서 산업보건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17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1개 센터가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센터는 애초 설립 취지와 달리, 복지시설이나 보건소처럼 운영되고 있다. 센터의 주요업무인 직업병 예방상담은 2018~2019년의 경우 전체 상담의 2.6%에 지나지 않았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2년간 전체 상담 8만6243건 중 직업병 상담은 2250건에 그쳤다.

또 감사원이 지난 13일 공개한 안전보건공단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센터에 근무한 137명 의사 중 65%에 달하는 89명이 자격미달로 밝혀졌다. 센터는 직업환경업무를 주로 하기 때문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나 레지던트 4년차, 예방의학과 전문의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의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단은 의사면허증 사본 정보만 확인할 뿐 전공의 연차 등은 별도의 확인을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센터 소속 의사들이 센터에 출근하지 않고 본인이 소속된 병원에서 외래진료를 하거나, 대체의사를 두지 않고 해외학회나 개인휴가를 가는 경우도 많았다.

서울 한 센터에 근무하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A씨는 "근로자 건강센터가 일반질환, 스트레스 등에 대한 건강상담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보건소와 크게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센터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 B씨는 "센터가 민간분야도 할 수 있는 실적 내기 좋은 일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예산낭비"라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 정진우 교수는 "근로자 건강센터가 산업보건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당초의 설립취지에서 크게 벗어나 마치 건강복지시설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서비스 공급자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수요자인 영세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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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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