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예방 역할 많은데, 선출절차 없어 형해화 … 노조없는 90% 노동자, 고용부 무관심으로 방치

단일법 중에서 근로자대표의 기능이 가장 많이 규정돼 있는 곳은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산업재해조사표 작성내용 확인권을 비롯해 △안전보건진단과 작업환경측정 등에 참여와 설명회 개최 요구권 △사업장 산재예방을 총괄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참여권 △공정안전보고서나 안전보건개선계획 수립시 의견제출권 등이 그것이다. 사업주의 노동조건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을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바로 근로자대표제도이다. 근로자대표의 이런 역할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산업재해를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근로자대표는 산안법 제2조 제3항에 규정돼 있다. '근로자대표란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노조 가입률이 약 10%에 그쳐, 노동자 90%가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그런데 근로자대표 선출방법과 절차 등이 없다보니 노동자 90%는 '근로자대표'를 통해서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근로자대표가 있더라도 '감독 대비용'일뿐 실제 활동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서울과학기술대 정진우 교수는 "아무리 산안법령에 근로자대표의 권한이 규정돼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선출되어 있지 않거나 선출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근로자대표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고용부의 무관심과 의지부족으로 근로자대표제도는 형해화 돼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지난 16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대표의 선출과 임기·활동보장 등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근로자대표를 선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근로자대표가 산재예방에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경사노위 합의를 넘어서 산안법에 근로자대표의 안전보건자료 접근성 제고, 참가권, 안전보건역량 강화 등을 위한 사항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며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 근로자대표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산안법에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한남진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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