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요인조사' 사업주 의무화임에도 75% 조사안해

"11개 부담작업 제한 폐지, 장년중심 기준 개정해야"

2002년 3월, 김대중정부는 '단순반복작업 또는 중량물취급 등 인체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작업에 의한 건강장해' 즉 근골격계질환에 대해 사업주에게 예방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같은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고용부장관이 지정한 11개 근골격계 부담작업의 사업주는 3년마다 유해요인조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예방조치를 해야 한다.

11개 작업은 △하루 4시간이상 집중적으로 자료입력 등을 위해 키보드 또는 마우스를 조작하는 작업 △하루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 △하루 총 2시간 이상 지지되지 않은 상태에서 4.5kg 이상의 물건을 한 손으로 들거나 동일한 힘으로 쥐는 작업 △하루 10회 이상 25kg 이상의 물체를 드는 작업 등이다.

2019년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한 작업환경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10만7665개 사업장 중 유해요인조사를 실시한 곳은 25%인 2만7221개로 나타났다. 그중 3년마다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곳은 16.3%에 불과했다. 법적으로 의무화됐음에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9년 고용부의 산재발생현황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으로 치료받은 노동자의 67.2%가 근골격계질환으로 요양을 하고 있다. 즉 근골격계질환이 특정업무나 특종직군에만 나타나는 질병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병의 고통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유해요인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11개 부담작업으로 제한된 고용부 고시 기준의 폐지 △유해요인조사시 작업장 상황이나 작업조건 등 사업장 현실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실시 △유해요인조사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정진우 교수는 "우리나라 근골격계질환 예방제도는 근골격계부담작업을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어떤 작업이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이것에 해당하는 작업이 한정돼 있어 예방제도의 보호를 받는 노동자가 드문 상태"라며 "근골격계부담작업에 한정해 실시하는 근골격계질환 유해요인조사 그 자체만이 너무 강조돼 개선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실제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전반적인 제도개선 없이는 근골격계질환의 효과적인 예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과 전문가의 공통된 지적이다.

["끝장기획, 산재사고 왜 줄지 않나" 연재기사]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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