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등으로 의사소통 안돼 불안감 고조" … 스가 정권, 확진자 폭증에도 여행장려책 지속

어제 하루만 2400명 육박

인플루엔자, 작년 300분의1

일본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2400명에 육박하고 있고, 매일 하루 확진자 최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지난 여름부터 독려해 온 여행장려 프로그램을 당장 중단하지 않는 등 경제와 방역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일본의 젊은 직장인들이 선배 세대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받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도쿄 처음으로 하루 500명 돌파 =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19일 오후 9시 현재 2387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2201명으로 최대치를 보인 이후 하루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도쿄는 하루 확진자가 처음으로 500명대를 넘어서 534명으로 나타났다. 오사카(338명)와 홋카이도(267명), 가나가와현(205명) 등에서 연일 최대규모의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까지 일본내 누적 확진자는 12만6644명으로 늘어났고, 사망자도 이날 하루만 20명이 늘어나 1967명이 됐다. 일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하루 사망자가 20명을 넘어선 것은 8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인구 10만명당 감염자 수는 18일까지 1주간 8.95명으로, 2주 전의 3.96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감염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홋카이도는 인구 10만명당 29.12명으로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었다.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코로나19 전문가그룹의 와키다 타카지 국립감염병연구소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홋카이도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간 접촉을 기회를 차단하고 이동제한 등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도쿄와 오사카, 아이치현 등도 이러한 상황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쥰텐도대학 사토시 호리 교수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조만간 도쿄에서 하루에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음식점 등에서 지켜야 할 5가지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다만 우려했던 겨울철 인플루엔자와 동시 유행은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됐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5000여개소의 지정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고된 인플루엔자 환자 수는 지난 8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누적 총 14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6000명에 비해 약 30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018년 같은 기간(9000명)에 비해서도 크게 줄어든 규모다.

◆경제와 방역사이서 머뭇대는 스가정권 =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경계감을 보이면서도 긴급사태선언 등 특단의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19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최대의 경계상황에 놓여있다. 전문가들로부터 식사중 감염 위험 등에 대해 지적받았다"면서 식사를 할 때도 대화시 마스크를 쓸 것을 요구하는 다소 맥빠진 발언만 내놨다. 이에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재생상은 18일 고령자시설 등에서 검사를 철저히 시행하고, 음식점의 영업시간 단축 등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도 특단의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경제에 미치는 타격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코로나19로 사실상 경제활동이 중단되다시피 했던 올해 2분기 경제가 급격히 축소됐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일본의 실질GDP 증가율은 1분기에 비해 8.2% 감소했다. 특히 개인소비는 전기에 비해 8.1%가 줄어들어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비해 내각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3분기 실질GDP 성장률에 따르면, 전분기에 비해 5.0% 증가했다. 개인소비도 전기 대비 4.7% 늘었다. 이처럼 3분기 경제가 반짝 좋아진 배경에는 일본정부가 전 국민 1인당 10만엔(105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가구와 가전제품의 판매가 증가하고, '고투 트래블' 프로젝트로 정부차원에서 여행비와 숙박비 등을 지원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소비 지원이 경제지표로 드러나면서 일본 정부도 강력한 방역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고투 트래블'을 당장 중단할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당장 기본적인 방침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감염방지를 하면서 사회경제활동의 양립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국민들은 방역을 위해서 고투 트래블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4~15일 조사한 결과, 이 프로젝트를 연장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51%로 '찬성한다'(37%)는 의견보다 많았다.

◆코로나19, 젊은 직장인들 스트레스 더 받아 =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장기화되면서 일본의 젊은 직장인들이 선배 세대에 비해 직장내에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조사도 있다. 특히 25세 이하의 젊은 직장인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해에 비해 직장내 스트레스가 1.3배 증가했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직장인들이 0.9배로 줄어든 것에 비해 심각한 양상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어드벤티지리스크메니지먼트사가 지난 5~6월, 일본내 47개 기업 10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1개 스트레스 항목 가운데 25세 이하 연령층의 직장인은 '스스로의 경력 관리'와 관련해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어서 직장내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혔다.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되는 지표로 연령대와 입사시기에 따라 직장내 스트레스의 원인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한다.

어드벤티지사의 야마나카 료헤이 컨설턴트는 "일본 기업은 업무의 범위가 불분명해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기회가 적어지면서 젊은층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젊은 직장인들이 자신의 커리어 형성과 업무상 역할에 대한 이해도 등을 높이는 문제를 둘러싸고 불안감이 높아 스트레스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기업들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직원들의 연말연시 송년회와 신년회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최대 통신업체인 NTT는 지난 17일 직원들의 회식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NTT는 "감염확산의 예방을 위해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안다"면서도 "가능하면 회식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히타치제작소도 사내에서 송년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회사 밖에서도 가급적 피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은 최근 연말을 맞아 음식점 등의 고객이 다시 늘어나면서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고객관리서비스 업체인 트레터가 전국의 1만개 음식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1월9일부터 15일까지 1주일간 음식점 등을 찾은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83.7%까지 회복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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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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